'날카로운 詩 감식자' 문학평론가 황현산 별세… 향년 73세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8일 오전 4시20분 별세했다. 향년 73세.

‘날카로운 시(詩) 감식자’ ‘우리 시대의 지성’ 등으로 불린 고인은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취임했으나 올해 2월 담낭(쓸개)암이 재발해 석 달여 만에 사임했다. 지난달 초부터 고려대안암병원에 입원해 투병 생활을 해왔지만 병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와 강원대를 거쳐 1993~2010년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명예회장을 맡았다.

꼼꼼한 번역가로 이름을 날린 고인은 해외에 유학하지 않은 순수 국내파로 입지를 다져 왔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를 1982년과 2015년 두 차례 번역하는 등 그는 한국 불문학의 대가로 꼽혔다. 시인 겸 평론가로 프랑스 문학을 논하는 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 ‘파리의 우울’과 ‘악의 꽃’도 그의 손길을 거쳐 번역됐다.

그는 문학평론가로는 드물게 3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아 2013년 출간한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는 6만 부 넘게 팔린 그의 대표작이다. 암 치료 도중에도 2013~2017년 쓴 글을 모아 두 번째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지난 6월 출간했다. 빈소는 고려대안암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