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세력이 반대한 '銀産분리 완화'도 추진… 문 대통령이 달라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속도내는 규제개혁
180도 방향 바꾼 문 대통령…규제혁신 드라이브
현장 갈때마다 의지 강해져
"공정에 대한 신뢰없어 규제"
→"규제혁신 혁명적 접근"
발언강도 세지며 혁신 주문
휴가 뒤 첫 일성도 "규제개혁"
작년말부터 현장행보도 늘려
靑 새 경제라인 효과 해석도
지지세력 반대 극복이 관건
180도 방향 바꾼 문 대통령…규제혁신 드라이브
현장 갈때마다 의지 강해져
"공정에 대한 신뢰없어 규제"
→"규제혁신 혁명적 접근"
발언강도 세지며 혁신 주문
휴가 뒤 첫 일성도 "규제개혁"
작년말부터 현장행보도 늘려
靑 새 경제라인 효과 해석도
지지세력 반대 극복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규제 혁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개혁 현장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 완화를 지시했다. 참여연대 등 지지세력이 반대해온 내용이라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공약 파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금융산업 선진화는 대선 시절 공약”이라고 해명했지만 규제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이 180도 달라진 건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규제개혁 발언 수위 세져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규제를 언급한 건 지난해 6월27일 국무회의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규제 철폐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공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규제하게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도 규제 개혁을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눈을 돌린 건 ‘혁신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시점부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혁신성장 개념이 상대적으로 덜 제시됐다”고 밝혔다. 두 달 뒤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했다. ‘혁신성장=규제 개혁’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한 건 이때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규제 혁신은 정부 부처와 정치권,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한 발을 나아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규제혁신토론회)”고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6월27일 각 부처에서 마련한 규제혁신안을 보고받은 뒤 “답답하다”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회의 시작 3시간 전 취소하는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여름휴가 전후로 규제 개혁 방안에 골몰했다. 휴가 전인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고, 휴가 복귀 후 처음 주재한 수보회의에선 “실사구시적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靑 “혁신성장의 성과 필요”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에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취임 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앞으로는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가 규제 개혁의 적기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현장 행보를 늘리면서 규제 혁파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중국 순방 때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모바일 결제를 체험한 사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 등 새로 바뀐 청와대 경제라인의 시너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수석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규제 개혁을 맡았다. 일자리수석으로 승진 임명된 뒤에는 산하 중소기업비서관이 중소벤처비서관으로 바뀌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담당하게 됐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 수석이 추진력 있게 문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평”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의 조율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달리 기재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정책 집행에 속도가 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개인정보 활용, 원격의료 등 산적한 규제 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지지세력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여야는 이날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문 대통령, 규제개혁 발언 수위 세져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규제를 언급한 건 지난해 6월27일 국무회의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규제 철폐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공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규제하게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도 규제 개혁을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눈을 돌린 건 ‘혁신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시점부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혁신성장 개념이 상대적으로 덜 제시됐다”고 밝혔다. 두 달 뒤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했다. ‘혁신성장=규제 개혁’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한 건 이때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규제 혁신은 정부 부처와 정치권,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한 발을 나아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규제혁신토론회)”고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6월27일 각 부처에서 마련한 규제혁신안을 보고받은 뒤 “답답하다”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회의 시작 3시간 전 취소하는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여름휴가 전후로 규제 개혁 방안에 골몰했다. 휴가 전인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고, 휴가 복귀 후 처음 주재한 수보회의에선 “실사구시적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靑 “혁신성장의 성과 필요”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에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취임 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앞으로는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가 규제 개혁의 적기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현장 행보를 늘리면서 규제 혁파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중국 순방 때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모바일 결제를 체험한 사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 등 새로 바뀐 청와대 경제라인의 시너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수석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규제 개혁을 맡았다. 일자리수석으로 승진 임명된 뒤에는 산하 중소기업비서관이 중소벤처비서관으로 바뀌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담당하게 됐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 수석이 추진력 있게 문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평”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의 조율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달리 기재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정책 집행에 속도가 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개인정보 활용, 원격의료 등 산적한 규제 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지지세력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여야는 이날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