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安保正論 거스르는 '국방개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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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 앞세운 선제적 군비축소
보완책은 허술, 육군 사기도 걱정
정치적 목적의 국방개혁은 안 돼"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장 >
보완책은 허술, 육군 사기도 걱정
정치적 목적의 국방개혁은 안 돼"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장 >
안보정론(安保正論)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사자성어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 거안사위(居安思危), 백련천마(百鍊千磨)를 들 수 있다. ‘유비무환’은 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며,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거안사위’는 당면한 위협과 함께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하라는 의미다. ‘백련천마’는 끊임없이 훈련해 필요시 즉각 대처할 태세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이런 정론들에 비춰 본다면 지난달 27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보고된 ‘국방개혁 2.0’에는 마뜩잖은 내용이 많다.
‘국방개혁 2.0’은 지상군 12만 명 감축, 병 복무기간 단축, 최전방 2개 사단 해체, 예비사단 해체, 동원예비군 감축,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한국형 3축 체계, 참수부대, 공세적 신작전개념 등 적극적 대북 억제를 위해 구축해왔거나 구상해온 것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수세적·축소지향적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물론 마땅한 보완책이 있다면 걱정을 덜 수 있겠지만, 제시된 보완책들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숙련도 저하 문제를 유급지원병과 민간인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예산 타당성을 따져본 것인지 궁금하다. 동원예비군을 95만 명으로 감축하고 동원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면서 어떻게 예비전력을 증강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육군의 사기 문제도 걱정스럽다. 군의 과학화·첨단화·정예화를 위해 3군 간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지만, 그것이 육군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현 구도가 달라져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군사력은 양(量)이 아니고 질(質)이다’라는 교과서 논리만을 앞세우고 지상군을 과도하게 줄이는 것은 안보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가뜩이나 사기가 저하된 육군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을 두고 안보정론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선제적 군사력 축소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를 십분 수긍하더라도 그렇다. 북핵 폐기 일정이 밝혀지지도 않은 시점에 앞질러 군사력을 축소하는 것은 ‘유비무환’이 아니며, 미·중 신냉전과 주변 4강의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중국이 북한 이후 한국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중에 군사력을 축소하는 것은 ‘거안사위’가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고 한국군 자체의 훈련까지 축소된 마당에 전작권 전환까지 서두르는 것은 ‘백련천마’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국민은 궁금해한다. 유사시 50만 군대로 북한군 128만 명을 대적할 수 있을까? 33개 사단으로 80개가 넘는 북한군 사단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핵협상의 실패와 미 핵우산 약화에 대비해 한국군 자체의 북핵 억제력을 키워야 하는 마당에 3축 체계를 후퇴시켜야 하는가?
국방개혁이란 ‘자르고 줄이는 것’이 아니라 허용된 예산 내에서 목표로 하는 국방역량을 갖추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군 간 또는 각 군 내 사업 간 및 부처 간 살벌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도 2차대전 후 각 군 간의 합동성 부족, 전투작전의 혼선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1986년에야 ‘국방개혁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구분하고 현 합참 및 통합전투사령부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결국, 누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국방개혁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한 정론은 군 간 또는 특정군 내 분야 간 이해 다툼을 불식시킬 전문성과 공정성, 애국심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을 증오하거나, 공정성이 결여된 사람이나 안보정론과 동떨어진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하는 국방개혁은 실패로 끝나기 쉽고,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국방개혁 2.0’은 지상군 12만 명 감축, 병 복무기간 단축, 최전방 2개 사단 해체, 예비사단 해체, 동원예비군 감축,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한국형 3축 체계, 참수부대, 공세적 신작전개념 등 적극적 대북 억제를 위해 구축해왔거나 구상해온 것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수세적·축소지향적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물론 마땅한 보완책이 있다면 걱정을 덜 수 있겠지만, 제시된 보완책들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숙련도 저하 문제를 유급지원병과 민간인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예산 타당성을 따져본 것인지 궁금하다. 동원예비군을 95만 명으로 감축하고 동원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면서 어떻게 예비전력을 증강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육군의 사기 문제도 걱정스럽다. 군의 과학화·첨단화·정예화를 위해 3군 간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지만, 그것이 육군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현 구도가 달라져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군사력은 양(量)이 아니고 질(質)이다’라는 교과서 논리만을 앞세우고 지상군을 과도하게 줄이는 것은 안보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가뜩이나 사기가 저하된 육군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을 두고 안보정론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선제적 군사력 축소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를 십분 수긍하더라도 그렇다. 북핵 폐기 일정이 밝혀지지도 않은 시점에 앞질러 군사력을 축소하는 것은 ‘유비무환’이 아니며, 미·중 신냉전과 주변 4강의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중국이 북한 이후 한국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중에 군사력을 축소하는 것은 ‘거안사위’가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고 한국군 자체의 훈련까지 축소된 마당에 전작권 전환까지 서두르는 것은 ‘백련천마’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국민은 궁금해한다. 유사시 50만 군대로 북한군 128만 명을 대적할 수 있을까? 33개 사단으로 80개가 넘는 북한군 사단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핵협상의 실패와 미 핵우산 약화에 대비해 한국군 자체의 북핵 억제력을 키워야 하는 마당에 3축 체계를 후퇴시켜야 하는가?
국방개혁이란 ‘자르고 줄이는 것’이 아니라 허용된 예산 내에서 목표로 하는 국방역량을 갖추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군 간 또는 각 군 내 사업 간 및 부처 간 살벌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도 2차대전 후 각 군 간의 합동성 부족, 전투작전의 혼선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1986년에야 ‘국방개혁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구분하고 현 합참 및 통합전투사령부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결국, 누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국방개혁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한 정론은 군 간 또는 특정군 내 분야 간 이해 다툼을 불식시킬 전문성과 공정성, 애국심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을 증오하거나, 공정성이 결여된 사람이나 안보정론과 동떨어진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하는 국방개혁은 실패로 끝나기 쉽고,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