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격의료 2억명 이용할 때… 韓은 의료법 막혀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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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규제가 가른 韓·中 바이오산업
中정부 지원으로 의료 경쟁력↑
환자, 인터넷으로 24시 의사 자문
화상으로 진료 후 藥처방 받아
병원은 의약품 택배로 배송
한국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그쳐
약사법 탓에 온라인 藥거래도 금지
디지털 의료기업들 '脫한국' 러시
규제가 가른 韓·中 바이오산업
中정부 지원으로 의료 경쟁력↑
환자, 인터넷으로 24시 의사 자문
화상으로 진료 후 藥처방 받아
병원은 의약품 택배로 배송
한국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그쳐
약사법 탓에 온라인 藥거래도 금지
디지털 의료기업들 '脫한국' 러시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이라는 경제발전 방침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창업하고 창조와 혁신하자는 구호에 맞춰 혁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중국은 매일 1만5000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태어나는 세계 최대 창업국가가 됐다.
혁신의 메시지는 의료·바이오 분야로도 퍼졌다. 규제개혁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제조 기반 인프라가 맞물려 디지털 의료는 건강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을 중국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첩첩산중 규제에 막혀 디지털 의료 서비스를 개발한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내수시장에서 쌓은 노하우,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의약품 개발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개혁과 맞물려 진단, 유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환자 정보 공유, 인터넷병원도 문 열어
지난해 중국 웨이이는 닝샤의과대학총병원과 닝샤후이족자치구에 중국 서부 최대 인터넷 병원을 열었다. 10개 원격 진료센터에서 26만 명의 전문 의료진과 7200개 전문 의료팀이 실시간으로 환자를 화상으로 상담하고 증상에 따라 의약품도 처방한다. 닝샤후이족자치구는 병원 수가 모자라고 의료인력이 부족한데 인터넷병원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허가 절차를 간단하게 바꾸면서 이곳에서 20여 개의 인터넷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원격의료기술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 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화상으로 약도 처방받는다. 의약품도 택배 등으로 배송받는다. 그동안 환자 진료에 머문 인터넷 의료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IT업체들, 디지털 의료 진출 활발
중국 정부의 규제 개혁에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디지털 의료 분야에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는 의료전문 자회사인 알리헬스를 통해 진료예약, 의료정보 제공, 온라인 약국, 의약품 배송, 건강보험 등을 결합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진료만 담당하고 환자 관리와 운영 및 의약품 전달 등의 관리업무는 알리바바가 책임지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2016년까지 중국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1억95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26.7%다. 온라인 의약품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110억위안이었던 온라인 약 판매액은 지난해 1000억위안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19년째 의료법에 막혀 있다. 약사법 때문에 온라인으로 약을 사고 팔 수 없다.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의사 약사 등의 반대로 디지털 의료가 허송세월하고 있다.
의사면허 따고 진료 참여하는 AI
중국은 AI 의료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칭화대와 스타트업 아이플라이테크가 공동 개발한 AI 로봇 샤오이는 지난해 600점 만점에 360점 커트라인인 의사자격시험에서 456점을 받아 합격했다. AI가 중국의 정식 의사 시험 문제를 다른 수험생과 같은 시간 안에 풀어 합격한 첫 사례다. 이 AI는 중국 의료기관에서 의사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홍콩과기대가 개발한 AI 의사 ‘디바이’도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 채팅창에 증상을 입력하면 디바이가 병명을 진단해 환자가 찾아가야 할 진료과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전통적인 영상 분석 기기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초음파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중국 마인드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111억7400만위안(약 1조8000억원)이다. 국내 1위 업체인 삼성메디슨 매출(3026억원)의 6배 규모다.
한국도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등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원격의료 등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의료기관이 모여 빅데이터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병원마다 제각각인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하려다 보니 연구단계에서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혁신의 메시지는 의료·바이오 분야로도 퍼졌다. 규제개혁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제조 기반 인프라가 맞물려 디지털 의료는 건강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을 중국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첩첩산중 규제에 막혀 디지털 의료 서비스를 개발한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내수시장에서 쌓은 노하우,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의약품 개발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개혁과 맞물려 진단, 유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환자 정보 공유, 인터넷병원도 문 열어
지난해 중국 웨이이는 닝샤의과대학총병원과 닝샤후이족자치구에 중국 서부 최대 인터넷 병원을 열었다. 10개 원격 진료센터에서 26만 명의 전문 의료진과 7200개 전문 의료팀이 실시간으로 환자를 화상으로 상담하고 증상에 따라 의약품도 처방한다. 닝샤후이족자치구는 병원 수가 모자라고 의료인력이 부족한데 인터넷병원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허가 절차를 간단하게 바꾸면서 이곳에서 20여 개의 인터넷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원격의료기술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 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화상으로 약도 처방받는다. 의약품도 택배 등으로 배송받는다. 그동안 환자 진료에 머문 인터넷 의료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IT업체들, 디지털 의료 진출 활발
중국 정부의 규제 개혁에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디지털 의료 분야에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는 의료전문 자회사인 알리헬스를 통해 진료예약, 의료정보 제공, 온라인 약국, 의약품 배송, 건강보험 등을 결합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진료만 담당하고 환자 관리와 운영 및 의약품 전달 등의 관리업무는 알리바바가 책임지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2016년까지 중국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1억95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26.7%다. 온라인 의약품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110억위안이었던 온라인 약 판매액은 지난해 1000억위안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19년째 의료법에 막혀 있다. 약사법 때문에 온라인으로 약을 사고 팔 수 없다.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의사 약사 등의 반대로 디지털 의료가 허송세월하고 있다.
의사면허 따고 진료 참여하는 AI
중국은 AI 의료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칭화대와 스타트업 아이플라이테크가 공동 개발한 AI 로봇 샤오이는 지난해 600점 만점에 360점 커트라인인 의사자격시험에서 456점을 받아 합격했다. AI가 중국의 정식 의사 시험 문제를 다른 수험생과 같은 시간 안에 풀어 합격한 첫 사례다. 이 AI는 중국 의료기관에서 의사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홍콩과기대가 개발한 AI 의사 ‘디바이’도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 채팅창에 증상을 입력하면 디바이가 병명을 진단해 환자가 찾아가야 할 진료과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전통적인 영상 분석 기기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초음파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중국 마인드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111억7400만위안(약 1조8000억원)이다. 국내 1위 업체인 삼성메디슨 매출(3026억원)의 6배 규모다.
한국도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등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원격의료 등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의료기관이 모여 빅데이터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병원마다 제각각인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하려다 보니 연구단계에서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