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참외·시금치 가격 폭등…"폭염으로 물량 부족 영향"
"올여름 서민은 수박도 못먹어요"… 물가 급등에 소비자 '울상'
올해 들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폭염 등으로 인해 일부 야채와 과일 가격까지 급등하며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잠실의 롯데마트 신선식품 코너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상품을 만지작거리며 가격을 살피다 이내 내려놓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장을 보던 잠실 지역 주민 김정희(67·여) 씨는 무 1개를 들어 올렸다가 3천180원이라고 붙은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이내 내려놨다.

그리고 옆에 있던 2분의 1개짜리 무(2천115원)를 대신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김 씨는 "무가 저렇게 비싸니 살 수가 없다"며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박은 말할 수 없이 많이 올라서 올여름에 서민은 수박 먹기 힘들다"며 "지난해에는 1만8천원 하던 것이 올해는 2만8천원, 3만원까지 한다.

3만원이면 일반 가정집에서는 못 사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트 진열대에는 수박 2분의 1조각이 1만2천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4분의 1조각은 6천900원이었다.

인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에서는 수박 한 통이 4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금수박', '금금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박과 함께 시금치의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최소영(38·여) 씨는 "방금 시금치를 사려고 봤는데 너무 비싸서 안 샀다"며 "야채,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서 차라리 장을 보지 않고 밖에서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올여름 서민은 수박도 못먹어요"… 물가 급등에 소비자 '울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현재 수박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6천42원이다.

직전 달인 7월(1만6천577원)보다 57.1% 오른 것이고, 지난해 8월(1만9천213원)과 비교해서도 35.5% 높은 수준이다.

참외 가격도 급등했다.

참외(10개 기준) 가격은 8월 현재 1만6천754원으로 지난 7월 및 지난해 8월과 비교해 각각 26.8%, 15.5% 비싸졌다.

야채 중에서는 양배추, 시금치, 배추, 파프리카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배추 1포기 평균 가격은 5천770원으로 직전 달보다 86.2% 올랐고 지난해보다는 12.5% 올랐다.

시금치는 1㎏에 1만3천11원으로 직전 달(5천302원)보다 145%나 급등했고 지난해 8월(1만2천351월)과 비교해서는 5.3% 인상됐다.

양배추는 1포기 기준 6천466원으로 직전 달(2천967원)보다 117.9% 치솟았고 지난해 8월(3천512원)보다는 84.1% 올랐다.
"올여름 서민은 수박도 못먹어요"… 물가 급등에 소비자 '울상'
이들 가격을 토대로 했을 때 수박 1통과 참외 10개, 배추 1포기, 양배추 1포기, 시금치 1㎏, 파프리카 200g을 사면 8월 현재 총액은 6만9천158원이 든다.

직전 달 총액(4만2천211원), 지난해 8월 총액(5천5731원)과 비교했을 때 각각 63.8%, 24.1% 오른 것이다.

지난해와 직전 달에는 5만원 안팎이면 이들 품목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7만원에 육박한다.

이런 농산물 가격 급등은 폭염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초여름부터 고온현상으로 과실의 생육이 전년 대비 1주일가량 빨라지면서, 끝나는 시기 역시 앞당겨졌다"며 "물량은 부족한데 여전히 폭염이 지속하면서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잎채소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녹아드는 현상 등으로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고, 열매채소의 경우 폭염에 착과(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가 안 되면서 물량 수급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