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1건당 300% 현금에 해외여행"… 보험대리점 시책비 또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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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당 무선청소기 1대씩 최대 10대" "두달 연속 실적내면 추가 150%"
금감원, 검사 이어 임원들에 경고…손보사들 아랑곳않고 "타사가 먼저 시작"
손해보험사가 보험대리점(GA)에 판매촉진을 위해 지급하는 시책비 경쟁이 심각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들을 상대로 약 1개월 동안 검사를 벌였다.
손보사 시책비가 경쟁적으로 올라 GA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 때문이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들을 파는 설계사 집단이다.
근래 신규계약은 절반 넘게 GA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커졌다.
금감원은 손보사 임원들에게 시책비 경쟁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또 설계사들의 '차익거래' 유인을 줄이는 수준으로 시책비를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명시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0∼300%가 적정하다는 인식이 업계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가 따낸 계약의 월 납입보험료가 10만원인 경우 20만∼30만원 넘게 현금으로 한 번에 지급하는 건 과도한 시책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7∼8월 들어 금감원의 권고를 우회하는 수법으로 시책비를 올리고 있다.
GA 설계사들은 시책비를 조금이라도 높게 주는 보험사 상품을 권유하는 경향이 짙다.
당국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 같은 경쟁은 메리츠화재가 불을 댕겼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 5위사로, 삼성·현대·DB·KB의 '4강 체제'를 깨는 게 숙원이다.
김용범 사장의 지시로 지난해 영업조직을 대거 정리하고, 그 비용을 GA 시책비에 투입하는 전략을 썼다.
손보사들의 경쟁은 금감원 검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메리츠화재는 현금으로 주는 시책비에 제동이 걸리자 7·8·9월 연속 일정금액 이상을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특별 시책을 내세웠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4개 GA를 대상으로 실적 개선이나 대리점 성장과 관련해 특별 시책을 걸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시책비 경쟁의 발단은 우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보통 월별로 시책비가 책정되는데, KB손해보험이 먼저 250%이던 기본 시책비에 1주차의 경우 150%를 더 주겠다고 8월 1일 발표했고, 현대해상과 DB손보가 연쇄적으로 시책비를 높였다는 게 메리츠화재 측 주장이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250%에 메리츠화재 식 '연속 시상'을 추가했고, DB손보도 이를 따라갔다.
그러자 현대해상이 침대 같은 현물에 더해 기본 시책비를 300%로 올리는 등 시책비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월 납입보험료 5만원당 무선청소기 1대'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설계사 1명에게 무선청소기 최대 10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설계사가 자기 집에 무선청소기를 10대나 둘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손보사들은 시책비 경쟁이 '제살깎아먹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GA가 손보사들을 상대로 시책비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시책비 책정은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
한때 업계에서 회자했던 '600% 시책비'의 경우 계약이 반년 만에 해지돼도 설계사는 이득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하거나 마구잡이로 계약을 모집해 시책비만 챙기고 해약하는 경우가 있다.
시책비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사업비의 중요 요소다.
시책비 상승은 보험사의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보험사는 이를 보험료에 전가하기 십상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가격(보험료)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업계를 종용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 검사 이어 임원들에 경고…손보사들 아랑곳않고 "타사가 먼저 시작"
손해보험사가 보험대리점(GA)에 판매촉진을 위해 지급하는 시책비 경쟁이 심각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들을 상대로 약 1개월 동안 검사를 벌였다.
손보사 시책비가 경쟁적으로 올라 GA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 때문이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들을 파는 설계사 집단이다.
근래 신규계약은 절반 넘게 GA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커졌다.
금감원은 손보사 임원들에게 시책비 경쟁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또 설계사들의 '차익거래' 유인을 줄이는 수준으로 시책비를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명시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0∼300%가 적정하다는 인식이 업계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가 따낸 계약의 월 납입보험료가 10만원인 경우 20만∼30만원 넘게 현금으로 한 번에 지급하는 건 과도한 시책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7∼8월 들어 금감원의 권고를 우회하는 수법으로 시책비를 올리고 있다.
GA 설계사들은 시책비를 조금이라도 높게 주는 보험사 상품을 권유하는 경향이 짙다.
당국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 같은 경쟁은 메리츠화재가 불을 댕겼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 5위사로, 삼성·현대·DB·KB의 '4강 체제'를 깨는 게 숙원이다.
김용범 사장의 지시로 지난해 영업조직을 대거 정리하고, 그 비용을 GA 시책비에 투입하는 전략을 썼다.
손보사들의 경쟁은 금감원 검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메리츠화재는 현금으로 주는 시책비에 제동이 걸리자 7·8·9월 연속 일정금액 이상을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특별 시책을 내세웠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4개 GA를 대상으로 실적 개선이나 대리점 성장과 관련해 특별 시책을 걸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시책비 경쟁의 발단은 우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보통 월별로 시책비가 책정되는데, KB손해보험이 먼저 250%이던 기본 시책비에 1주차의 경우 150%를 더 주겠다고 8월 1일 발표했고, 현대해상과 DB손보가 연쇄적으로 시책비를 높였다는 게 메리츠화재 측 주장이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250%에 메리츠화재 식 '연속 시상'을 추가했고, DB손보도 이를 따라갔다.
그러자 현대해상이 침대 같은 현물에 더해 기본 시책비를 300%로 올리는 등 시책비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월 납입보험료 5만원당 무선청소기 1대'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설계사 1명에게 무선청소기 최대 10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설계사가 자기 집에 무선청소기를 10대나 둘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손보사들은 시책비 경쟁이 '제살깎아먹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GA가 손보사들을 상대로 시책비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시책비 책정은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
한때 업계에서 회자했던 '600% 시책비'의 경우 계약이 반년 만에 해지돼도 설계사는 이득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하거나 마구잡이로 계약을 모집해 시책비만 챙기고 해약하는 경우가 있다.
시책비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사업비의 중요 요소다.
시책비 상승은 보험사의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보험사는 이를 보험료에 전가하기 십상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가격(보험료)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업계를 종용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