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혐의로 수감 중인 유모씨 지난달 방문조사…"계좌 빌려준 것" 혐의 부인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 류승진 3남매 사기극 의심
'보물선 사기 핵심 피의자' 돈스코이호 거래소 대표 옥중조사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 호를 내세운 이른바 '보물선 투자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를 지난달 구치소에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류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 일가가 조직적으로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공모관계를 수사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 인천구치소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 유 모 씨를 접견했다.

유씨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인 류승진(가명 유지범) 씨와 함께 이번 투자사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돈스코이호의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GC)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한 회사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지만 경찰은 사실상 한국에 있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가상화폐 판매는 다단계로 이뤄졌으며, 다수의 피해자가 가상화폐 구매 금액을 거래소 대표인 유씨의 개인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별건 혐의로 법정구속돼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구치소에서 유씨를 접견했지만, 그는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을 대부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은 계좌를 빌려줬을 뿐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수배를 받는 류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가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투자금을 모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투자사기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연합뉴스에 건넨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2일 '유○○' 명의의 계좌로 가상화폐 구매자금 8천800만 원을 입금했다.

계좌 명의자인 '유○○'은 신일그룹 재무팀장이자 류승진 전 대표의 친형으로, 베트남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피해자 A씨는 주장했다.

베트남은 류승진 전 대표가 별건의 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자 2014년 도주한 곳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이런 내용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류 전 대표 일가가 이번 사기극에 조직적으로 동원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 중이다.

류 전 대표의 누나이자 신일그룹 전 대표인 류상미 씨가 특허청에 '신일골드코인'을 등록하고 '돈스코이호'라는 상표등록을 출원한 사람이라는 점도 경찰이 류 전 대표 가족의 공모관계를 의심하는 이유다.

또 제보자 A씨는 류씨 일당의 사기 행각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발표 전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일그룹이 제이앤유글로벌이라는 회사가 상장 폐지되자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며 "신일유토빌건설에 투자하면 제이앤유글로벌을 인수해 다시 상장시키고 손해를 메꿔 주겠다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스코이호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기자회견 전부터 흘리고 '보물선 테마주'인 제일제강 주식 인수와 관련한 정보도 가장 먼저 대화방에 알려주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류씨가 2004년 해외 부동산투자에 관한 책도 펴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필리핀의 한 대학 경제·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미국과 베트남에서 건설·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는 "담당 편집자가 퇴사한 상태고 저자와 연락도 닿지 않아 저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강서경찰서로부터 이번 사건을 인계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이번 사기 사건과 관련 신일해양기술(옛 신일그룹)의 전 대표 최용석 씨와 류상미 씨를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공모 여부를 추궁하는 한편, 베트남에 있는 류승진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 유씨가 계속 접견을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