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산 콩을 실은 선박이 한 달 넘게 태평양을 표류하고 있다. 양국이 34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달 6일부터 중국 세관이 통관을 보류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미국산 콩 수입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 등 남미 국가로부터 수입을 확대하고 자체 생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산 콩 7만t을 실은 화물선 피크페가수스호는 지난달 6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항에 도착했지만 아직까지 하역 작업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1만2500달러(약 1400만원)를 지불하며 다롄항 근처에서 정박 중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40만달러가 넘는다.

통관이 허용되더라도 25%의 관세가 부과돼 4000만위안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JP모간자산운용이 소유한 피크페가수스에는 중국식량비축공사가 국가 비축용으로 수입한 미국산 콩 1억5000만위안(약 250억원) 어치가 실려 있다. 미국산 콩을 실은 또 다른 선박인 스타제니퍼호도 다롄항 근처에서 2주째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에 착수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5일부터 중국 세관은 통관을 질질 끌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등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대(對)미 보복을 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상하이 양산항과 푸둥공항에서 3~4시간이면 끝났던 미국산 체리 검역 기간이 현재 10일에서 2주일까지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체리가 일부 썩는 등 훼손되는 바람에 미국으로 반송되는 일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수입 물량 중 30% 정도만 선별해 검역했지만 미국산 과일에 대해선 모든 수입 물량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