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비거리가 모자란다는 걸 절감했다."

최근 치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연속 컷 탈락한 박인비(30)가 최근 부진의 원인으로 비거리 부족을 꼽았다.

박인비는 9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사전 기자회견에서 최근 자신의 경기력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삼다수 마스터스는 10일부터 사흘 동안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박인비는 KPMG 여자 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컷을 통과하지 못했고 세계랭킹도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시즌 초반에는 페어웨이가 딱딱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경기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비거리 부족을, 비가 많이 오는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절감했다"는 박인비는 "다른 선수들이 비거리가 늘어난 것도 있고 코스가 길어진 탓도 있다.

투어 선수가 된 지 12년 만에 비거리가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비거리가 달리는 박인비는 그린을 공략할 때 아무래도 롱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더 자주 쓰게 됐고 그 때문에 버디 기회는 적어지고 보기 위기는 더 많아졌다는 게 박인비의 분석이다.

그러나 박인비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거리를 늘리는 건 해답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퍼트를 더 날카롭게 다듬고 쇼트게임을 더 정교하게 연마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박인비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던 2개 대회에서는 "샷은 문제가 없었는데 스코어 관리에 실패했다.

앞으로는 스코어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또 하나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출전 경기 수를 줄인 바람에 경기 감각이 저하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자는 뜻에서 경기 수를 줄인 것이고 기대했던 대로 몸 상태가 좋기에 경기 수를 줄인 게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인비는 올해 LPGA투어에서 11개 대회만 뛰었다.

세계랭킹 1위를 내준 데 대해서도 박인비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올해 시즌을 세계랭킹 19위로 시작했다.

세계 1위는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다.

선물처럼 온 것"이라면서 "영원히 내 자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전에도 2번이나 세계 1위에 있다가 내려왔기에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라는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세계 1위에 대한 욕심뿐 아니라 이뤄야 할 목표가 사라져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처지임도 숨기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가 아닌 다른 목표를 찾아보겠다"는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의욕을 묻자 "좋은 후배들이 많다.

감히 내가 넘볼 수 있겠느냐 싶다"고 몸을 낮췄다.

LPGA투어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출전을 고사한 이유를 묻자 박인비는 "내가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묻기보다는 출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더는 자세한 설명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박인비는 "대회가 열리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페이드샷을 잘 치는 선수라야 좋은 성적을 낸다.

나는 페이드샷을 잘 못 친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이번에 5번째 출전했지만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삼다수 마스터스에 대해서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와 중학교 1학년 때 이곳에서 열린 제주도지사배를 2년 연속 우승한 적이 있다.

4년 동안 코스를 파악할 만큼 파악했다"는 박인비는 "작년까지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마치자마자 빠듯하게 이곳에 왔지만, 올해는 본의 아니게 (컷 탈락으로) 일찍 와서 핑계가 없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