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투자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어가는 작업에 나섰다. 매월 증권업이나 자산운용업 현장에서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를 찾아낸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체계를 가동한다. 당국은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관련 규제를 첫 개선 과제로 정했다. 증권사가 자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의 투자기업에 대한 IPO 주관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규제를 풀기로 했다.
증권사, PEF로 투자한 기업 IPO주관 직접 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금융투자 분야 규제 상시개선 체계’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매월 현장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이후 규제 건의사항 타당성을 검토한 뒤 30일 이내 개선과제로 선정할지를 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투자 비즈니스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자질구레한 규제가 너무 많아 금융권 처음으로 상시 규제 개선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분야의 규제 건수는 규제개혁위원회 등록 기준 998건으로 은행(164건) 보험(297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위는 박정훈 자본시장정책관이 지난달 12개 증권사 임직원을 만나 26개 건의사항을 청취한 뒤 8개 규제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증권사의 IPO 주관 업무 제약을 완화하기로 했다. 인수업무 규정에선 증권사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IPO 주관 업무를 막고 있다. 공모가 산정 등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서다. 이 규정은 증권사가 운용(GP)을 맡은 PEF에 그대로 적용된다. 증권사가 운용하는 PEF의 해당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5%를 넘기면 주관 업무를 할 수 없다.

증권사의 PEF 출자 비중은 통상 3~5% 수준에 불과한 반면 경영참여 목적 PEF는 투자기업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주관 업무가 막혀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PEF 보유 지분을 감안해 주관 업무를 터줄 계획”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IPO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혁신기업 상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자체적으로 PEF를 활발하게 운용하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SK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계열사를 통해 운용하는 PEF의 투자기업에 대한 IPO 주관 업무 제한까지 완화할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울러 IB부서가 IPO 대가로 취득한 신주인수권을 자체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IB부서는 원칙적으로 회사 재산을 처분할 수 없어 고유재산운용부서로 넘겨 처리해야 했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겸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등 해외 간편결제 업체와 업무제휴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인 PG업자가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증권사 고객에게 주식·펀드 등의 거래내역을 보낼 때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현 규정에선 투자자에게 매매내역 등을 알릴 때는 반드시 이메일과 등기를 이용하도록 했다. 현재도 고객들에게 SMS를 보낼 수 있지만 이 규정으로 이메일이나 등기를 병행해야 했다.

또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채권에 외국 국채를 포함하는 내용도 이번 개선 사항에 포함됐다. 아울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RP형과 MMW형(증권금융 예금) 등을 매매명세 통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기성 자금인 CMA가 별도의 상품에 투자된 것으로 오인돼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