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논란만 키운 편의점 상비약 심의위
편의점 상비약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8일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6차 안전상비약 심의위원회 회의 이후 오히려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산제와 지사제를 편의점 판매약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가 논의됐다. 현재로선 ‘겔포스’와 ‘스멕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는 품목을 추가하기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타이레놀 500㎎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간극이 커지자 기존 판매약 13개 품목 중 소화제 2개 품목을 빼고 대신 제산제와 지사제를 새로 지정하는 대안이 나왔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총 10명의 위원 중 표결을 거부한 4명을 제외하고 6명이 투표한 결과 지사제와 제산제를 추가하는 방안은 통과됐다. 불참한 위원 중 2명은 약사회 측 인사였다. 화상연고를 추가하는 안도 4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그러나 표결 이후 보건복지부가 개입해 추가로 투표에 참가한 약사회 측 인사 2명이 반대표를 내면서 화상연고는 제외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위원들은 복지부가 약사회를 의식해 투표 절차를 무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복지부에 감사원 감사청구나 공무집행방해죄 고발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약사회 측은 현장 동의를 얻어 추가 투표한 것이고 참석 인원의 과반이 안 되는 4명의 찬성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6차 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우게 됐다. 심의위는 다음 회의 때까지 개별 품목을 결정지을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 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안전성 기준이 만들어지면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약의 기준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판매되는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1년5개월 동안 이해당사자들 간 싸움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번 일로 약사회뿐만 아니라 복지부도 신뢰를 잃었다. 소비자 편의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할 편의점 약 문제가 약사회와의 협상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가 중립적인 관점에서 실익을 따져 판단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