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스위스에 가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세계 1위 진단기기 업체인 로슈진단에서 세계적 엔지니어로 대접받고 싶다는 열망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한준혁씨 "세계적 엔지니어 꿈꾸며 언어장벽·인종차별 극복했죠"
한준혁 씨(23·사진)는 스위스 로슈진단 본사에서 일하는 세 명의 한국인 중 한 사람이다. 20세이던 2015년부터 스위스에 체류하고 있다. 그는 로슈진단의 한국법인인 한국로슈진단이 운영하는 ‘영마이스터 프로그램’ 1기에 합격해 2014년 3월 입사했다. 마이스터고 3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1년간 직업 교육을 받은 뒤 스위스 본사에서 1년 동안 훈련생으로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본사 근무 후에는 한국로슈진단에서 일하게 된다. 한씨는 이례적으로 본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능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한씨는 로슈진단 본사에서 워크플로 컨설팅을 돕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마이스터고 전자제어과를 졸업한 그는 의료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2013년 우연히 알게 된 영마이스터 프로그램에서 “나를 뽑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해 면접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로슈진단 관계자는 “경쟁사에 대한 분석까지 철저히 준비한 데다 자신감까지 남달라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씨의 스위스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언어 장벽이 높았다. 말을 배우려고 사내 양궁 동아리에 들어가 현지인과 어울렸다. 그는 “스위스에서 쓰는 독일어는 독일에서 쓰는 독일어와 제주도 방언만큼 달라 애를 먹었다”며 “스위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슬럼프도 있었다. 그는 “한국이 그리워져 혼자 샴페인을 마시며 고민하기도 했다”며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거기에서 뿌리를 내리라며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인종차별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스위스에서 만난 여자친구가 큰 힘이 돼 준다”며 웃었다.

한씨는 다음달 스위스 3년제 전문대학에 입학한다. 그가 본사에서 근무 경험을 더 쌓을 수 있게 회사 측에서 제안했다.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게 두려울 때도 있지만 세계적 기업에서 최고의 기술자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