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 VC들 60배 차익
카카오·넷마블 이어 대규모 투자
韓 게임업계 영향력 더 커질듯
배틀그라운드 中 진출 가능성도
◆블루홀 지분 8.5% 추가 매입
9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블루홀 지분 8.5%가량을 주당 65만원에 인수키로 하고 10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총 거래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텐센트는 이번 계약으로 지난해 VC들로부터 매입한 1.5%(매입가 700억원)를 더해 10%의 지분을 확보한다. 장병규 블루홀 의장(20%)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이 많다.
텐센트의 블루홀 투자액(5700억원)은 역대 최대다. 2014년 CJ게임즈(현재 넷마블) 지분 28%를 인수하며 투자한 5억달러(약 5300억원)를 넘어선다.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주춤하고 경쟁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블루홀의 장외 거래가격이 4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거래 초반에 제시했던 인수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가 블루홀의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얘기다.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인 케이넷투자(현재 지분율 8%), 프리미어파트너스(4.8%), 알토스(4.5%), 새한창투(2.5%) 등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대비 최대 60배 수준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배그’ 중국 정식 서비스되나
이번 투자로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지난해 11월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판권을 확보했지만 중국 정부가 유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지난해 3월부터 자국 내에서 한국의 신작 게임 유통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의 2대 주주가 되면 상황이 바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배틀그라운드를 한국 게임으로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포트나이트도 제작사인 미국 에픽게임즈의 대주주가 텐센트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텐센트 영향력
국내 시장에서 텐센트의 입지는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게임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른바 상위 3개 업체인 ‘3N’과는 뗄 수 없는 사이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다. 넥슨의 핵심 수입원인 중국의 ‘던전앤파이터’ 유통도 텐센트가 맡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 등의 중국 내 판권도 텐센트가 갖고 있다. 지난 2월 카카오의 게임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에 500억원을 투자한 전력도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한국 게임 수입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세계 유수 게임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며 “최근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일찌감치 돈을 넣어 지분을 확보한 뒤 어떻게 경영하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김주완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