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무조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내몰 순 없는 것 아닙니까.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무위 소속 여야 간사가 기촉법을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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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의 75%가 동의하면 워크아웃(채권단 주도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기촉법은 2001년 처음 일몰제 형태로 도입된 뒤 시효가 끝날 때마다 논란이 됐다. ‘관치금융의 수단이 된다’는 비판과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폐지와 재도입을 되풀이했다. 지난 6월 말 네 번째로 효력을 다했다. 민 위원장은 “이번에도 한시적으로 효력을 갖는 일몰 조항을 둘지에 대해선 여야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의 은행 지분 한도를 종전 4%에서 34%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 등 일부 정치권 인사와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 완화는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례법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며 “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대출·보증) 금지,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은행 대주주 지위 제한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모회사인 카카오(자산 규모 8조5000억원)가 은행 대주주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 위원장은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면 계열 분리 등을 통해 규제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특례법대로라면 카카오의 자산이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선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공정거래법이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위가 지난달 낸 권고안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대폭 늘리고, 대기업 집단 내 금융회사가 가진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이 많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져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