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거침없는 시진핑式 개혁, 민주화까지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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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황제의 민주주의
가토 요시카즈 지음 / 정승욱 옮김
한울엠플러스 / 496쪽│2만9500원
가토 요시카즈 지음 / 정승욱 옮김
한울엠플러스 / 496쪽│2만9500원
중국의 민주화가 가능할까. 신간 《붉은 황제의 민주주의》는 일본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살던 저자가 늘 품고 있던 이 의문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공정한 선거와 사법의 독립, 언론·보도의 자유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수천 년에 이르는 중국 역사에서 이 세 요소를 충족시켜 민주주의를 실현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랴오닝대 국제관계학원 객원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민주화를 촉진하거나 저지할 요소를 ‘내정’ ‘개혁’ ‘외압’으로 크게 나눠 살펴본다. 책 첫머리에 “중국 민주화 연구란 곧 중국공산당에 대한 연구”라고 썼듯 1부 ‘내정’에서는 중국공산당에 대해 설명한다. 민주화의 향방을 쥐고 있는 주체이기에 중국공산당의 존재 의미와 행보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공산당의 존재와 통치의 근거인 정통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풀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덩샤오핑에서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이 시진핑을 거치면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적 성취가 공산당의 정통성 확대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짚어본다.
2부에서는 시진핑 집권 초기의 ‘반부패 투쟁’을 포함해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개혁 작업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탐색한다. 중국공산당의 보편적 민주화를 향한 로드맵 부재에 대한 지적과, 공산당의 미래는 결국 이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중국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진단도 눈길을 끈다. 3부 제목인 ‘외압’은 중국공산당이 자발적으로 민주화를 지향하는 촉매 역할을 할 외부 요소들을 뜻한다. 외압의 주체로 홍콩과 대만, 미국과 일본, 중국인 유학생 등을 꼽는다. 중국과 일본 간의 역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대해 거듭 강조하지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중국이 관료의 부패, 민중의 불만 등 난제를 안고 있지만 저자는 중국의 앞날을 비관하지 않는다. 저자는 “시진핑은 정치개혁에 나설 의사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붕괴를 초래하지 않고 위로부터의 정치개혁을 한다면 시진핑 시대가 최대이자 최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톈안먼 사건과 소련 붕괴, 냉전 해체 등을 겪을 당시에도 ‘중국 붕괴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중국은 무너지지 않았고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적어도 중국공산당,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적응 능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중국 민주화 연구’라는 딱딱한 원제와 달리 중국 정치를 움직이는 명분과 관행, 그 이면의 권력 투쟁까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오늘의 중국을 파악하고 내일의 중국을 예측해 중국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인, 정치인들이 읽어도 유익할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랴오닝대 국제관계학원 객원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민주화를 촉진하거나 저지할 요소를 ‘내정’ ‘개혁’ ‘외압’으로 크게 나눠 살펴본다. 책 첫머리에 “중국 민주화 연구란 곧 중국공산당에 대한 연구”라고 썼듯 1부 ‘내정’에서는 중국공산당에 대해 설명한다. 민주화의 향방을 쥐고 있는 주체이기에 중국공산당의 존재 의미와 행보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공산당의 존재와 통치의 근거인 정통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풀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덩샤오핑에서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이 시진핑을 거치면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적 성취가 공산당의 정통성 확대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짚어본다.
2부에서는 시진핑 집권 초기의 ‘반부패 투쟁’을 포함해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개혁 작업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탐색한다. 중국공산당의 보편적 민주화를 향한 로드맵 부재에 대한 지적과, 공산당의 미래는 결국 이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중국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진단도 눈길을 끈다. 3부 제목인 ‘외압’은 중국공산당이 자발적으로 민주화를 지향하는 촉매 역할을 할 외부 요소들을 뜻한다. 외압의 주체로 홍콩과 대만, 미국과 일본, 중국인 유학생 등을 꼽는다. 중국과 일본 간의 역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대해 거듭 강조하지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중국이 관료의 부패, 민중의 불만 등 난제를 안고 있지만 저자는 중국의 앞날을 비관하지 않는다. 저자는 “시진핑은 정치개혁에 나설 의사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붕괴를 초래하지 않고 위로부터의 정치개혁을 한다면 시진핑 시대가 최대이자 최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톈안먼 사건과 소련 붕괴, 냉전 해체 등을 겪을 당시에도 ‘중국 붕괴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중국은 무너지지 않았고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적어도 중국공산당,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적응 능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중국 민주화 연구’라는 딱딱한 원제와 달리 중국 정치를 움직이는 명분과 관행, 그 이면의 권력 투쟁까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오늘의 중국을 파악하고 내일의 중국을 예측해 중국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인, 정치인들이 읽어도 유익할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