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13일 고위급회담 열어 세 번째 정상회담 준비 협의
北, 교착국면 돌파구 모색 의도 관측…8월말 정상회담 성사 관심
北이 먼저 제의한 고위급회담…정상회담 일정 조율 주목
북측의 제의로 13일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측은 9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의제를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문제 협의'로 적시했고 우리측도 이에 동의했다.

4월 27일과 5월 26일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두고 남북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상회담의 시기를 둘러싼 논의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해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둘러싼 북미협상이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시기를 당겨 잡아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통한 체제보장의 약속을 요구하고 미국이 비핵화 조치의 요구로 맞서는 상황에서 머지않은 시기에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교착국면을 풀 실마리가 확보될 수 있다.

특히 북측이 먼저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올해 들어 고위급회담이 3차례 열렸는데 첫 번째(1월 9일)와 두 번째(3월 29일)는 우리측 제의로 열렸고 세 번째 고위급회담 일정은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잡혔다.

올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한 이후 북측이 먼저 우리측에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것은 처음인 셈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도 지금 갑갑한 상황이고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점 등으로 볼 때 8월 말이나 9월 초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남북 간에, 북미 간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을 수 있다"며 "북한도 고위급회담의 의제를 남북정상회담으로 얘기한 것을 보면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北이 먼저 제의한 고위급회담…정상회담 일정 조율 주목
고위급회담에서 논의될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됐던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형식이 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북측으로서도 상당한 수준의 예우를 갖춰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북 정상이 지난 5월 대부분의 의전을 생략한 채 판문점에서 전격적인 두 번째 회담을 한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실무형 정상회담의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평양 정상회담의 형식이라면 북한에서도 국빈급 방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해서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종전선언과 관련한 성과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면 정상회담 시기가 빨라지면서 판문점에서의 실무형으로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위급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상황 점검은 물론 판문점 선언에 따라 추가로 추진해나갈 교류협력 사업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후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추진했던 대부분의 사안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진행 중이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이달 중 개소를 목표로 준비 중이고 20일부터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

아시안게임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것은 물론 군사회담을 통해 남북의 긴장완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나 산림협력 등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이 교류협력을 확대한다는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한 추가 사업들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가을이 왔다' 서울 공연 일정과 역시 가을에 서울에서 열기로 한 통일농구대회 일정도 고위급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