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기존 공군과는 별도로 우주군(Space Force) 창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우주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 선언으로 중국,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1980년대 냉전시대에 ‘스타워즈(우주군비 경쟁) 전략’으로 옛소련을 굴복시킨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해 “미국은 과거처럼 새로운 전장(우주)에서 위협받게 될지 모른다”며 우주군 창설 계획을 밝혔다. 시한은 2020년까지로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까지 우주군을 창설하겠다는 것이다.

우주군이 창설되면 현재 육·해·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 등 5군 체제인 미군은 우주군까지 6군 체제로 재편된다. 우주군은 공군 산하 우주사령부가 재편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 콜로라도주에 본부를 둔 공군 산하 우주사령부는 약 3만 명이 복무 중이며 우주 공간에서 군사 임무를 전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우주군 추진!”이라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월에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가 우리를 앞서는 걸 원치 않는다. 미국이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며 국방부에 우주군 창설을 지시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우주군 창설 방안’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우주군 창설 방안은 크게 네 단계다. 우선 올해 안에 4성 장군을 책임자로 하는 통합 우주사령부를 신설하고 우주 역량 강화를 임무로 하는 우주개발기구를 설립한다. 이어 우주 전문 분야 군인으로 구성된 우주작전군을 창설하고 최종적으로 2020년 우주군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은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은 매우 정교하게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의 우주 시스템에도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른바 ‘우주 굴기’를 위해 우주항공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204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거액을 투자해 2016년부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새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옛 소련 시절 우주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군 창설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별도의 우주군 창설은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미 공군을 비롯해 일각에선 우주군 창설이 막대한 비용만 들 뿐 안보 능력 향상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패트릭 샤나한 미 국방부 부장관은 “정확히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우주군 창설과 유지에) 수십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