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하락장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경기 호황과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과 함께 주저앉는 모습이다. “국내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어 증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美와 결별 코스피… 中증시 따라간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0.95로 연중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상하이종합지수와의 상관계수는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넘나들던 작년 12월 초만 해도 0.39였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올 6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미국 다우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88에서 -0.13으로 내려갔다. 나스닥지수와는 0.89에서 -0.68로 더 떨어졌다.

한국 증시가 중국과 동조화된 원인으로는 중국에 반도체, 기계부품과 같은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 특성상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환율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6월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원화 가치도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한국이 글로벌 상승장에서 ‘동반 왕따’ 신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월 이후 미국 나스닥지수가 6.0% 상승한 것을 비롯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 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5.6% 하락, 중국 상하이종합지수(-9.7%)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오형주/노유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