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성장판 닫혔나"…게임업계 우울한 성적표
국내 게임업체들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존 게임을 대체할 신규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개발 및 마케팅비가 증가한 게 주요 원인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확대도 한 몫 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 1위를 기록한 넷마블은 올 2분기 매출 5008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 7.3%, 영업이익 40.8%가 감소한 수치다. 넷마블은 1분기에도 전년 대비 매출 26.2%, 영업이익 62.9%가 줄어든 성적으로 부진했다.

넥슨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1분기 매출 8953억원, 영업이익 5413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매출 47.2%, 영업이익 70.8%가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매출은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 감소하면서 실적 경신 행진은 멈췄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엔씨소프트 역시 비슷해 보인다.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엔씨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4360억원, 영업이익 1630억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매출 8%, 영업이익 20%가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 68.7%, 영업이익 334%가 증가한다는 추정이다.

국내 대형 게임 3사(3N) 뿐만 아니다. 중견 업체들도 성적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검은사막 모바일을 서비스하는 펄어비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1년 전과 비교해 20~30% 이상 줄어든 영업이익을 거뒀다. 게임빌은 신작 흥행 실패로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컴투스도는 25% 줄어든 영업이익으로 고전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웹보드 게임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한 매출에 만족해야했다.

상장사 중 하위 10개 업체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익을 내는 일부 업체들 조차 지출 비용을 줄이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걱정이 높은 상태다.

업체들은 매출 하락을 막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작 출시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넥슨 카이저의 경우 지난 3년 간 70여 명의 개발인력과 100억원대의 개발비를 투입했지만 현재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판호가 18개월째 묶인 것도 영향을 미친다. 기존 게임의 흥행이 잦아들 경우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가 거세지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2000억원으로 상위 30위권 가운데 10개가 중국 게임이다.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제도도 원인이다.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20% 이상의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졋다.

중견게임사 한 간부는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 게임을 대체할 신규 흥행작이 없다는 점"이라며 "결국은 다양한 신작을 통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의 조건으로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작 개발을 위해서는 개발비나 투자비에 인건비가 당분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의미 있는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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