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블록체인 플랫폼에 AI 큐레이션 "교육업계 넷플릭스 되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기태 에듀해시 대표 인터뷰
美中 블록체인 행사서 연달아 호평…해외서 인정
"실리콘밸리 개발자, 블리자드 마케팅 출신 뭉쳐"
美中 블록체인 행사서 연달아 호평…해외서 인정
"실리콘밸리 개발자, 블리자드 마케팅 출신 뭉쳐"
“우리의 콘셉트는 명확합니다. ‘교육업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첫 질문에 에듀해시(EduHash) 강기태 대표(사진)가 내놓은 답변이다.
넷플릭스가 어떤 곳인가. ‘맞춤형 콘텐츠’의 원조다. 시청자 성향을 분석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콘텐츠기업들의 교본이 됐다. DVD 대여업체로 출발했지만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 회사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뒀다. 월트디즈니를 넘은 글로벌 시가총액 최고 미디어기업. 개별 기업이라기보다 그 자체가 생태계인 회사.
블록체인 교육기업 에듀해시는 크게 두 가지에서 넷플릭스를 롤모델 삼았다. 첫째, 인공지능(AI) 큐레이션으로 맞춤식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둘째, 시장을 아우르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든다. 이때 생태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에는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한다. AI 큐레이션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결합해 강사와 학생, 학원·입시업체로 짜인 기존 교육산업 판을 크리에이터와 유저, 큐레이터의 3요소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넷플릭스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각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잖아요. 에듀해시도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40만~50만명 선인데 절반은 영어에서 떨어져요. 그런데 학원 프로그램은 영어 과락을 염두에 두지 않거든요. 똑같은 모델로 공부하고, 절반이 영어에서 떨어지고… 참 비효율적이죠. 개인별 학습법이 필요해요. 취약점은 무엇인지,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 파악해 거기에 맞춰 공부해야 합니다.”
국가고시나 자격증시험 대비처럼 정형화된 학습(study)을 넘어 취향에 따른 공부(hobby) 영역까지 시선을 돌리면 큐레이션은 필수불가결 요소가 된다. 니즈와 백그라운드가 제각각인 탓이다. 강 대표는 “강의 수준을 ‘평균적 학생’에 맞춘다는 건 가상의 인물을 그려놓고 누구도 만족 못하는 교육을 하는 셈”이라며 “교육에 개인별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에듀해시 시스템은 이처럼 큐레이터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각각의 취향과 수준, 요구와 배경에 알맞은 학습 계획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를 영입해 큐레이터를 맡기면 데이터 기반 AI 러닝(learning) 결과에 유저 테스트와 인터뷰를 거쳐 종합적으로 조언한다. “지금의 평준화된 학원식 학습시스템으로는 미래가 없어요. 엇비슷한 콘텐츠니까 유명강사 인지도에 의존하게 되죠. 과당경쟁이 벌어집니다. 학생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못 만나고, 실력 있어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강사는 좌절하겠죠. 모두가 실패하는 시스템이 되는 거예요.”
강 대표는 “제대로 공부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려면 최적화만으로는 부족했다. 온라인 네트워킹이라도 오프라인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속성상 재미가 없으면 학습동기가 떨어진다고 봤다. 그래서 유저들이 경쟁하며 공부하게끔 게임 요소를 집어넣었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선 공정경쟁과 쌍방향 소통·평가를 통한 콘텐츠 개선 노력을 중시했다.
“강의자 입장에서도 쉬운 내용은 간략히 설명하고 난이도 있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풀어주고 싶거든요. 같은 한 단원이라도 필요하면 이건 10분짜리, 저건 두 시간짜리 강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죠. 학원이 껴 있고 상품이 정형화돼 있어 그게 잘 안 됩니다. 에듀해시는 각각의 플레이어가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틀 자체를 바꿔보고 싶어요.”
그간에도 교육계에서 공정한 평가시스템 정립, 쌍방향 직접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걸림돌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신’이었다. 에듀해시가 올 들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만든 것은 블록체인이 문제를 해결할 첩경이라 봤기 때문이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저가 교육콘텐츠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이 오가야 우리가 생각한 것들이 구현되니까요. 개인간(P2P) 콘텐츠시장에서 일어나는 트랜잭션(transaction) 양을 감당할 수 있을까? 관리 인력과 비용이 만만찮겠더군요. 문제는 그렇게 투자해도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거였죠. 그 대목에서 막혔는데 블록체인이 나타난 겁니다.”
강 대표는 “참여자들이 각자 역할에만 충실하면 중앙에서 관리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인력과 비용 없이도 투명하게 평가하고 공정하게 보상 받는 오픈된 구조가 가능해졌다”며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기술이 나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에듀해시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사업 비전과 모델이 해외에서 연달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 이달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AI&블록체인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현지 개발자·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팅한 덕분”이라며 “교육에 대한 고민은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가 중요한 교육브랜드의 특성상 현 단계에선 자금조달을 위한 암호화폐 공개(ICO) 없이 콘텐츠와 시스템,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게임 요소를 집어넣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프로젝트 개발 구성원의 면면이 만만찮다. 교육콘텐츠 전문가인 강 대표 외에도 실리콘밸리 15년 경력의 요셉 김(Joe K. Kim) 블록체인 개발책임자(헤드 디벨로퍼),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회사 블리자드 출신 윤혜식(David Yoon) 마케팅총괄 등이 포진했다.
“블록체인 오픈소스 하이퍼렛저와 3세대 블록체인 이오스의 메인넷 개발 경험에 야후, 블리자드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게임 요소를 집어넣는다는 계획이 그냥 한 얘기가 아니라는 거죠(웃음).”
강 대표는 “미국과 중국에서 에듀해시 모델을 설명했는데 너무 빨리 이해해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도 통하겠다는 확신을 그때 얻었다”면서 “인도 등에서도 현지 벤처캐피털과 구체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에는 국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에듀해시의 궁극적 목표는 상생 플랫폼이다. 원래 구도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기존 교육계 플레이어들이 함께 참여해 생태계를 바꿔나가는 방향을 원한다. 강 대표는 “전통산업과 블록체인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누구 하나 배척하지 않고 유저·크리에이터·큐레이터 등 참여자 모두 신뢰하며 상생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넷플릭스가 어떤 곳인가. ‘맞춤형 콘텐츠’의 원조다. 시청자 성향을 분석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콘텐츠기업들의 교본이 됐다. DVD 대여업체로 출발했지만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 회사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뒀다. 월트디즈니를 넘은 글로벌 시가총액 최고 미디어기업. 개별 기업이라기보다 그 자체가 생태계인 회사.
블록체인 교육기업 에듀해시는 크게 두 가지에서 넷플릭스를 롤모델 삼았다. 첫째, 인공지능(AI) 큐레이션으로 맞춤식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둘째, 시장을 아우르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든다. 이때 생태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에는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한다. AI 큐레이션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결합해 강사와 학생, 학원·입시업체로 짜인 기존 교육산업 판을 크리에이터와 유저, 큐레이터의 3요소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넷플릭스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각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잖아요. 에듀해시도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40만~50만명 선인데 절반은 영어에서 떨어져요. 그런데 학원 프로그램은 영어 과락을 염두에 두지 않거든요. 똑같은 모델로 공부하고, 절반이 영어에서 떨어지고… 참 비효율적이죠. 개인별 학습법이 필요해요. 취약점은 무엇인지,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 파악해 거기에 맞춰 공부해야 합니다.”
국가고시나 자격증시험 대비처럼 정형화된 학습(study)을 넘어 취향에 따른 공부(hobby) 영역까지 시선을 돌리면 큐레이션은 필수불가결 요소가 된다. 니즈와 백그라운드가 제각각인 탓이다. 강 대표는 “강의 수준을 ‘평균적 학생’에 맞춘다는 건 가상의 인물을 그려놓고 누구도 만족 못하는 교육을 하는 셈”이라며 “교육에 개인별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에듀해시 시스템은 이처럼 큐레이터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각각의 취향과 수준, 요구와 배경에 알맞은 학습 계획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를 영입해 큐레이터를 맡기면 데이터 기반 AI 러닝(learning) 결과에 유저 테스트와 인터뷰를 거쳐 종합적으로 조언한다. “지금의 평준화된 학원식 학습시스템으로는 미래가 없어요. 엇비슷한 콘텐츠니까 유명강사 인지도에 의존하게 되죠. 과당경쟁이 벌어집니다. 학생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못 만나고, 실력 있어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강사는 좌절하겠죠. 모두가 실패하는 시스템이 되는 거예요.”
강 대표는 “제대로 공부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려면 최적화만으로는 부족했다. 온라인 네트워킹이라도 오프라인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속성상 재미가 없으면 학습동기가 떨어진다고 봤다. 그래서 유저들이 경쟁하며 공부하게끔 게임 요소를 집어넣었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선 공정경쟁과 쌍방향 소통·평가를 통한 콘텐츠 개선 노력을 중시했다.
“강의자 입장에서도 쉬운 내용은 간략히 설명하고 난이도 있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풀어주고 싶거든요. 같은 한 단원이라도 필요하면 이건 10분짜리, 저건 두 시간짜리 강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죠. 학원이 껴 있고 상품이 정형화돼 있어 그게 잘 안 됩니다. 에듀해시는 각각의 플레이어가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틀 자체를 바꿔보고 싶어요.”
그간에도 교육계에서 공정한 평가시스템 정립, 쌍방향 직접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걸림돌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신’이었다. 에듀해시가 올 들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만든 것은 블록체인이 문제를 해결할 첩경이라 봤기 때문이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저가 교육콘텐츠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이 오가야 우리가 생각한 것들이 구현되니까요. 개인간(P2P) 콘텐츠시장에서 일어나는 트랜잭션(transaction) 양을 감당할 수 있을까? 관리 인력과 비용이 만만찮겠더군요. 문제는 그렇게 투자해도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거였죠. 그 대목에서 막혔는데 블록체인이 나타난 겁니다.”
강 대표는 “참여자들이 각자 역할에만 충실하면 중앙에서 관리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인력과 비용 없이도 투명하게 평가하고 공정하게 보상 받는 오픈된 구조가 가능해졌다”며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기술이 나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에듀해시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사업 비전과 모델이 해외에서 연달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 이달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AI&블록체인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현지 개발자·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팅한 덕분”이라며 “교육에 대한 고민은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가 중요한 교육브랜드의 특성상 현 단계에선 자금조달을 위한 암호화폐 공개(ICO) 없이 콘텐츠와 시스템,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게임 요소를 집어넣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프로젝트 개발 구성원의 면면이 만만찮다. 교육콘텐츠 전문가인 강 대표 외에도 실리콘밸리 15년 경력의 요셉 김(Joe K. Kim) 블록체인 개발책임자(헤드 디벨로퍼),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회사 블리자드 출신 윤혜식(David Yoon) 마케팅총괄 등이 포진했다.
“블록체인 오픈소스 하이퍼렛저와 3세대 블록체인 이오스의 메인넷 개발 경험에 야후, 블리자드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게임 요소를 집어넣는다는 계획이 그냥 한 얘기가 아니라는 거죠(웃음).”
강 대표는 “미국과 중국에서 에듀해시 모델을 설명했는데 너무 빨리 이해해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도 통하겠다는 확신을 그때 얻었다”면서 “인도 등에서도 현지 벤처캐피털과 구체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에는 국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에듀해시의 궁극적 목표는 상생 플랫폼이다. 원래 구도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기존 교육계 플레이어들이 함께 참여해 생태계를 바꿔나가는 방향을 원한다. 강 대표는 “전통산업과 블록체인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누구 하나 배척하지 않고 유저·크리에이터·큐레이터 등 참여자 모두 신뢰하며 상생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