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신한·하나은행 "이번에 우리도"…인터파크·키움증권 재도전 채비
SK텔레콤·NHN엔터도 참여 저울질…인터넷은행, 금융권 '상어'로 부상 기대


금융팀 =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에 따른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점하고자 은행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벌써 합종연횡 '수 읽기'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덩치'를 제대로 키워볼 수 있어 과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참여자들이 가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중에선 NH농협·KEB하나·신한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은행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곳들이다.

당시에는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케이뱅크)과 KB국민은행(카카오뱅크)만 참여해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주주가 됐다.

'인터넷'이라는 수식어가 달렸지만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어서 은행업을 아는 기존 은행의 참여가 필수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 은행의 행보에 시장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은산분리완화] 제3인터넷은행 두고 은행-ICT기업간 '합종연횡' 개막
이중 농협은행이 가장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피력했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1차 모집 때엔 NH투자증권이 대표로 참여해 은행은 일단 유보했으나 이번에는 (은행이) 참여를 검토해보려고 한다"며 "오프라인 은행의 역할이 있고 인터넷은행의 역할도 있어 우리 사업의 일부로 인터넷은행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케이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긍정적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방향을 완전히 정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지난 출범 때와 달리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규제 환경이 달라진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나타냈다.

신한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니까 바뀌는 제도에 맞게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터파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적이 있던 기업은행은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은행은 "현재로선 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들 은행이 밝힌 것처럼 과거와 상황이 달려져서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 변화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ICT기업이 크게 '베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최대 4% 보유하는 데 그쳐 ICT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만 대주고 경영은 남의 손에 맡기게 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기준으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가 34% 또는 50%로 늘어나면 ICT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자본을 동원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를 늘려나갈 수 있다.

컨소시엄 구성도 유리하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지분 100%를 맞추기 위해 이런저런 투자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이 '진정성' 있는 몇몇 투자자와 손잡으면 된다.

새로운 체제에서 출범하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의 '메기'가 아니라 '상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은산분리완화] 제3인터넷은행 두고 은행-ICT기업간 '합종연횡' 개막
기존에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가졌던 '플레이어'들도 재도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1차 모집 당시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인터파크는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인터파크는 2015년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기업은행, 현대해상 등과 함께 '아이뱅크' 설립을 추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인터파크는 당시 자신의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좀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할 여력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재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과거 권용원 전 사장 시절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려다가 뜻을 접었다.

키움증권이 증권사이지만 최대주주인 IT서비스업체 다우기술이 지분 47.7%를 보유하고 있어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돼서다.

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지만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온라인 기반으로 증권업을 영위해온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게 되면 기술력과 시너지 면에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유력한 인터넷전문은행 후보자로 거론된다.

SK텔레콤의 선택도 주목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참여한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바 있고, 업계 경쟁사인 KT가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일단 부정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접 진출에 상당히 부정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직접 지분 투자 등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기보다 현재 케이뱅크와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한 것처럼 제휴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경쟁사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여전하다.

과거 인터파크컨소시엄에 참여했던 NHN엔터테인먼트는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최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회의통화)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반가운 소식이나 아직은 구체화한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해선 명확히 검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