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유서 깊은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는 여행자에게도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유서 깊은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는 여행자에게도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혹서의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1분만 걸어도 어지러워지는 무더위 속에서 문득 캘리포니아의 여름이 그리워진다. 연중 내내 기후가 온난한 캘리포니아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여름은 서늘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겪은 가장 쌀쌀한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 평균 기온 20도 남짓한 이곳의 여름 날씨는 피서객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소식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은 단지 기후에만 그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는 방대한 문화유산과 맛있는 음식, 태평양의 푸른 섬광으로 모든 여행자의 마음을 만족시킨다.

샌프란시스코= 정미환 여행작가 mihwanjung@gmail.com / 사진=양우성 사진작가 yang5450@naver.com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골든게이트다리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골든게이트다리
여행자의 심장을 사로잡는 샌프란시스코

마크 트웨인도 놀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은 겨울만큼 서늘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 북서부의 보석 같은 도시다.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한편,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매년 선정된다. 20세기 초 은광으로 돈을 번 대부호들부터 인스타그램이나 테슬라 본사에서 일하는 젊은 전문가들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재정에 꾸준하게 기여한다.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들이 여럿이고, 드물게 잘 보존된 채 도시 전역을 채우고 있는 빅토리아풍 목조 주택들로도 유명하다. 거리는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하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과 맥주를 생산하는 지역들이 지척에 있고,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뉴욕의 명성을 잇는 새로운 미식 도시로 각광받는 중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이런 설명만으로 표현하긴 힘들다.

샌프란시스코는 첫인상만으로도 여행자의 심장을 사로잡는다. 파도처럼 굴곡진 언덕 위로 바닷바람과 눈부신 햇살이 부드럽게 섞이는, 태평양과 맞닿은 항구. 때로는 몇 곡의 노래가 어떤 여행 서적보다 더 선명하게 도시의 영혼을 담는다.

20세기 중반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대중음악의 메카였다. 1960년대 히피 운동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따뜻한 날씨를 찾아 모여든 장발의 젊은이 가운데 걸출한 뮤지션들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단 한 곡을 꼽는다면, 전설로 남은 수많은 록밴드 대신 재즈 싱어 한 사람의 이름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1961년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은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신곡을 발표했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이 노래의 가사는 가이드북의 모범으로 삼아도 좋을 정도다. “바다 곁에 있는 나의 도시로 향하네. 나는 내 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왔네. 내게 손짓하는 언덕 위, 별을 향해 올라가는 작은 케이블카. 바람이 거세게 부는 푸른 바다 위로 그곳에 돌아갈 때면, 샌프란시스코, 너의 황금빛 태양은 나를 위해 빛날 거야.” 토니 베넷의 노랫말에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도전해봐야 할 즐길거리가 담겨 있다. 도시가 구불구불한 언덕 위에 올라선 탓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일찍이 노면 전차 시스템이 발달했다. 1873년 첫 운행을 개시한 케이블카는 3개 노선을 따라 도시를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피셔맨스 와프와 차이나타운 등 주요 관광지들이 정거장에 포함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 도시를 한 번 둘러보기에 좋다.
차이나타운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베이브리지와 항구 풍경
차이나타운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베이브리지와 항구 풍경
도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네이버후드

샌프란시스코는 클램차우더 등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는 클램차우더 등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
케이블카 탑승을 완료했다면, 그때부터는 거리 이곳저곳을 누비며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적인 순간들과 마주칠 차례다. 매주 일요일, 부둣가의 파머스 마켓에서는 인근 소노마 지역의 젊은 농부들이 가져온 온갖 식물 사이를 거닐며 입맛을 다실 수 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페리 빌딩은 캘리포니아 각지로 여객 운송선들이 출발하는 장소인 동시에, 황혼 아래 불을 켜는 베이 브리지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전망대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은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남미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거대한 부리토를 사 들고 미션 돌로레스 공원의 잔디밭에 앉아,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웃고 떠들고 입맞추는지 구경하는 시간이 즐겁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홍대 앞’ ‘이태원’처럼 나뉘는 문화적 구역을 ‘네이버후드’라 부른다. 뉴욕 같은 거대 도시와 달리, 샌프란시스코의 네이버후드들은 서로 겹치거나 교차하며 사이좋게 공존한다. 각 지역은 어깨를 맞댄 채 도시를 분할하고, 지도의 윤곽 위로는 도시의 역사가 맥박처럼 떠오른다. 트램, 케이블카, 경전철, 버스를 비롯한 수많은 교통수단과 루트들이 18곳의 개성적인 네이버후드를 연결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뒤쪽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만 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금문교가 걸려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자원은 무척 풍부하다. 클램차우더의 고향으로 알려진 옛 어부들의 마을 ‘피셔맨즈 와프’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다. <더 록> <파피용> 등 걸작 영화의 촬영지이자 악명 높은 감옥이었던 알카트래즈 섬 역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붐비는 관광지보다 현지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네이버후드’에서 시작된다. 도시의 진면목과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지역들을 떠올려봤다.
연례 행사인 플릿위크를 맞아 항구를 찾은 해군 병사들
연례 행사인 플릿위크를 맞아 항구를 찾은 해군 병사들
영향력 있는 작가와 예술가의 피난처 노스 비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트렌디한 골목들을 발견하려면 도시 남쪽에 있는 미션 디스트릭트로 향해야 한다. 이곳에는 남미 이민자들이 그린 활기찬 벽화와 고급스러운 부티크들이 공존한다. 한때는 가난과 범죄로 악명 높던 지역이었지만, 저렴한 집세를 쫓아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이제는 도시의 유행을 선도하는 동네가 됐다.

남미 이민자들의 구역 미션 디스트릭트가 감각적으로 진화했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은 고집스럽게 전통을 지켜왔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의 북동쪽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이탈리아, 노스 비치가 있다. 1870년대 제노아와 시칠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이곳에 정착해 레스토랑과 카페, 이탈리아식 베이커리를 세운 것이 노스 비치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이탈리아식 칵테일을 파는 피자 가게들만은 아니다.
비트 세대 작가들의 아지트였던 시티라이트 서점
비트 세대 작가들의 아지트였던 시티라이트 서점
1950년대 노스 비치는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와 예술가들의 피난처였다. ‘리틀 이탈리’라고 불리는 활기차고 강인한 이탈리아 이민 사회는 아직도 굳건하며, 비트족의 발상지 시티 라이트 서점에서는 20세기 중반 영미 문학 작가들의 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시티 라이트 서점 옆의 베수비오 카페 또한 흥미롭다. 밥 딜런, 잭 케루악, 알렌 긴즈버그 등이 맥주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던 역사적 흔적이 다양한 사진과 실내 장식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토니 베넷의 노랫말 ‘별을 따라 반쯤 올라가는 작은 케이블카’가 바로 이곳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린다. 19세기의 기술이 21세기의 관광객을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고풍스러운 지역으로 실어나르는 셈이다.

여행메모

◆가는 방법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 다양한 항공사에서 샌프란시스코행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광역 도시권을 아우르는 도시 철도 바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로스앤젤레스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서부 해안선을 따라 여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경으로 유명한 빅 서, 아름다운 해안 도시 카르멜, 세계적인 골프 코스가 자리한 페블 비치 등을 경유할 수 있다.

◆여행 시기 : 샌프란시스코의 기후는 한 해 내내 쾌적하다.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스해서 언제 방문해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는 가을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한 도시답게 거대한 박람회들이 여럿 열리며, 10월 초 잠시 찾아오는 여름 날씨 ‘인디언 서머’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도 많다.

◆숙소 : 편리한 동선을 고려한다면 도시 중심지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호텔들을 살펴보자. 도시의 역사와 함께 한 유서 깊은 호텔들은 해안가의 언덕 노브 힐 위에 올라서 있다. 인터컨티넨탈 마크 홉킨스와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의 고풍스러운 실내는 여행 예산이 넉넉하다면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호텔보다 특색 있는 숙소를 원한다면 에어비앤비 앱을 다운받자. 샌프란시스코는 에어비앤비의 본사가 있는 도시다.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숙소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