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코스닥 벤처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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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4개월…공모펀드 12개 중 11개 손실
코스닥 시장 부진에
자금 유입 급격히 둔화
'시장 하락'에 베팅한 펀드는 선전
'코스닥 활성화' 당초 취지 무색
"관치펀드 전철 밟을 것" 우려도
코스닥 시장 부진에
자금 유입 급격히 둔화
'시장 하락'에 베팅한 펀드는 선전
'코스닥 활성화' 당초 취지 무색
"관치펀드 전철 밟을 것" 우려도
첫선을 보인 지 4개월이 지난 코스닥 벤처펀드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코스닥시장이 흔들리면서 공모펀드 12개 가운데 11개가 손실을 내고 있다. 공·사모를 합친 전체 펀드로 흘러들어오는 자금 유입 속도도 급격히 줄었다.
특히 공모 펀드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에 설정액이 줄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자금이 몰렸다가 수익률 부진으로 관심이 적은 관치펀드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시장 부진에 타격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12개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평균 3.78% 손실을 냈다. 12개 중 11개가 손실을 본 가운데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설정 후 수익률 5.35%)만 수익을 냈다.
5월 이후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흔들리면서 펀드 수익률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회계감리를 벌이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의 시세 조종 혐의 등 개별 종목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불안과 바이오업종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코스닥 벤처펀드 부진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도입 취지와 달리 코스닥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펀드의 성과가 돋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5.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0.54%)을 낸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코스닥벤처’는 펀드 자산의 28.25%를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에 투자했다. 코스닥150지수가 떨어지는 만큼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도 ‘롱 온리(매수 일변)’ 펀드는 아니다. 코스닥150지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편입한 다음 같은 비중으로 코스닥150 선물을 매도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코스닥 활성화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펀드는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사모펀드 수익률은 ‘고공행진’
사모로 모집한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 코스닥 벤처펀드는 설정 이후 평균 0.57% 수익을 냈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의 ‘엑스포넨셜 VENTURE PLUS 1호’(28.00%) 휴먼자산운용의 ‘휴먼 코스닥벤처 1호’(26.96%) 등 일부 펀드는 25% 넘는 고수익을 내기도 했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공모와 달리 애초부터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을 주로 담은 데다 주식, 선물 등 포트폴리오 비중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며 “코스닥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코스닥 인버스 ETF를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특정 메자닌 발행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을 낸 펀드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입 속도 둔화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자 설정액 증가세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442억원이 새로 유입되는 데 그쳤다. 전월 말 대비 1.50% 늘어난 수치다. 공모펀드에선 97억원이 빠져나갔다. 월별 기준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근’을 주며 끌어모았다가 수익률 부진으로 용두사미에 그친 관치펀드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RX300지수, 코스닥 벤처펀드 등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의 주요 수익원인 공모주 시장 열기도 꺾이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벤처펀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특히 공모 펀드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에 설정액이 줄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자금이 몰렸다가 수익률 부진으로 관심이 적은 관치펀드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시장 부진에 타격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12개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평균 3.78% 손실을 냈다. 12개 중 11개가 손실을 본 가운데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설정 후 수익률 5.35%)만 수익을 냈다.
5월 이후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흔들리면서 펀드 수익률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회계감리를 벌이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의 시세 조종 혐의 등 개별 종목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불안과 바이오업종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코스닥 벤처펀드 부진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도입 취지와 달리 코스닥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펀드의 성과가 돋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5.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0.54%)을 낸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코스닥벤처’는 펀드 자산의 28.25%를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에 투자했다. 코스닥150지수가 떨어지는 만큼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도 ‘롱 온리(매수 일변)’ 펀드는 아니다. 코스닥150지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편입한 다음 같은 비중으로 코스닥150 선물을 매도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코스닥 활성화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펀드는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사모펀드 수익률은 ‘고공행진’
사모로 모집한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 코스닥 벤처펀드는 설정 이후 평균 0.57% 수익을 냈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의 ‘엑스포넨셜 VENTURE PLUS 1호’(28.00%) 휴먼자산운용의 ‘휴먼 코스닥벤처 1호’(26.96%) 등 일부 펀드는 25% 넘는 고수익을 내기도 했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공모와 달리 애초부터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을 주로 담은 데다 주식, 선물 등 포트폴리오 비중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며 “코스닥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코스닥 인버스 ETF를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특정 메자닌 발행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을 낸 펀드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입 속도 둔화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자 설정액 증가세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442억원이 새로 유입되는 데 그쳤다. 전월 말 대비 1.50% 늘어난 수치다. 공모펀드에선 97억원이 빠져나갔다. 월별 기준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근’을 주며 끌어모았다가 수익률 부진으로 용두사미에 그친 관치펀드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RX300지수, 코스닥 벤처펀드 등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의 주요 수익원인 공모주 시장 열기도 꺾이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벤처펀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