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신체적 학대 vs 정서적 학대' 엇갈린 판단…형량은 벌금 300만원 동일
대법 "화장실서 아이 머리 때린 보육교사… 정서적 학대행위"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로 불러 큰소리를 치며 머리를 때린 것은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모(30)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신씨는 2016년 5월 같은 반 아이들보다 밥을 늦게 먹는 A(당시 4세·여)양을 화장실로 불러 "밥을 빨리 안 먹으면 혼낸다"며 큰소리를 치면서 주먹으로 아이의 머리를 수회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신씨에게 아동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 혐의와 함께 아동의 정신 건강과 발달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A양이 맞은 부위와 폭행 후 A양이 보인 반응과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신씨의 행위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선 "신체적 학대행위가 인정된 이상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신씨의 행위가 A양의 신체에 손상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며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4세에 불과한 A양에게 고립감과 공포심 등의 정서적 위해를 주기 충분해 보인다"며 정서적 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형량은 1심과 같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