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수급연령 연장 거론에 '국민연금 폐지' 등 반발 여론
정부 "자문안일 뿐" 선긋기…전문가들 "정부·국회 책임감 있게 논의 주도해야"
연금개혁에 들끓는 여론… 시동도 걸기 전에 좌초하나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연령 상향, 가입연령 연장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 양상을 띠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개혁이 시동도 걸기 전에 좌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국민연금에 대한 오랜 불신부터 해소하고 전문가, 각계 대표 등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민간이 참여하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오는 17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와 장기발전방안을 발표한다.

추계결과 국민연금 기금은 3차 재정계산 때보다 3년 이른 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노후 소득보장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 보험료율 인상 ▲ 연금 가입 상한연령 연장(60→65세) ▲ 연금 수급개시 연령 연장(65→68세) ▲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선 증액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안은 '자문안'으로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 전달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대통령 승인을 받아 국회에 10월 제출하기로 돼 있다.

공식 발표는 17일이지만 이미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후폭풍이 거센 상태다.

윗세대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연금을 받을 가능성을 의식하는 20∼30대의 반발과, 지금보다 더 내고 은퇴 후 장기간 연금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불안해하는 기성세대의 불만이 동시에 분출하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7년 5월 기준으로 2천174만5천719명에 달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므로 정부나 정치권이 쉽사리 개혁안을 논하기 어렵다.

개혁 필요성은 벌써 2007년에도 강하게 대두했지만, 반쪽짜리 개혁에 머물렀다.

당시 참여정부의 유시민 장관은 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초연금 논란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뒤로 미뤄졌다.

그만큼 파괴력이 큰 이슈다.

전날 '국민연금 전면 폐지', '자율가입제로 전환' 등을 주장하는 비판 목소리가 들끓자 현 정부의 복지부도 부담을 느끼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조정, 수급개시 연장 등은 자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연금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 등 주체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논의를 주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미룰 만큼 미뤘다.

홍역은 한번은 거쳐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가는 홍역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며 "제도 도입 당시의 환경이 어떻게 변했고, 현세대와 후세대가 져야 할 부담에 대해 탈 정치적으로 논의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자문위가 치열하게 논의한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으니 17일 최종적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중립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며 "설명도 해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안이 아니다'고 하니 국민 불신이 더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복잡한 제도로 개혁방안 메시지가 정확하지 않으면 오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서 "부담도 늘리면서 급여도 늘리자는 기조 하에 구체적 방안이 나오면 국민 소통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방안은 과거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을 때처럼 국회에서 다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위원회를 꾸려 방안을 도출하고, 전문가와 각계 대표자로 구성된 사회위원회에서 국민의견 수렴을 도와주는 방식이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금개혁에 들끓는 여론… 시동도 걸기 전에 좌초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