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이듀이는 ‘듀오(DUO)’와 ‘뉴(NEW)’를 합성한 신조어라고 들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이수연: 같이 고민해서 만들었다. 사실 굉장히 단순한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다.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 둘이 하니까 듀오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거기서부터 출발해 듀이듀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김진영: 둘이서 한다는 걸 이름에 녹이고 싶어서 반복적인 음절을 찾았다. 두 번 반복되기도 하고, ‘이’가 ‘2’라는 뜻도 되니까 이거다 싶었다. 하하.
같이 브랜드를 출시하게 된 계기는?
김진영: 둘 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같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둘 다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다.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나?
이수연: 맨 처음 만난 건 대학입시 준비학원이었다. 그 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다니게 됐다. 홍대 동양화과 동기인데 둘 다 패션디자인을 복수 전공으로 공부했다. 둘이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나 감성이 비슷해서 학교 다닐 때부터 같이 브랜드를 내자고 많이 이야기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같이 일한 건가?
이수연: 그건 아니다. 김진영 디자이너의 경우 홍대에서 석·박사까지 공부했고, 지금도 홍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를 나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영감도 많이 받고, 계속 공부도 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패션위크 홍보회사와 엘르 매거진에서 일했다.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했는데, 주로 패션의 시각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김진영: 졸업하고 각자 다른 일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브랜드를 출시했다. 만약 졸업하자마자 같이 했으면 오래 못했을 거 같다(웃음) 각자 사회생활도 해보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은 뒤 만났기 때문에 더 잘된 것 같다.
패션쇼 컬렉션 작업을 할 때 분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수연: 디자인은 같이 진행하고, 그 외의 업무에서는 분업을 한다.
김진영: 디자인 패턴 뜨는 것, 공장 업무 같은 디자인에 관련된 구체적인 부분은 내가 맡아서 한다. 이수연 디자이너는 룩북 촬영,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보여주는 모든 부분에 대한 작업을 맡고 있다.
일할 때 부딪힌 적도 많을 거 같은데?
이수연: 동업하면 많이 싸울 거라고 하는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웃음) 일단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 감성이 똑같고, 성격은 또 반대다. 그리고 아침 출근 시간은 무조건 지킨다. 보통 싸우는 이유가 일찍 오고, 늦게 오고,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고 그런 것 아닌가. 보통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오후에 나와서 밤새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아무리 전날 피곤하고 아파도 출근 시간은 무조건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게 싸우지 않는 비결인 것 같다.
김진영: 그리고 둘 다 욕심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일이 늦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 11시에 주간회의를 하는데, 그 때 일주일의 스케줄을 정한다. 한 번도 날짜가 미뤄지거나 흐트러지는 거 없이 잘 지킨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도 칼 같이 한다. 하하.

이수연: 딱히 없는 것 같다(웃음) 굳이 힘들었던 순간을 말하자면 초반에 1년 정도 브랜드를 키워가는 상황이 제일 힘든 순간이었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브랜드가 다 힘든 거니까. 하하. 아직까진 사기 당한 것도 없고, 좋은 기회들도 많이 있어서 현재까지는 순탄하게 유지하고 있다.
좋은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기회들이었는지?
김진영: 서울 패션위크 신진 디자이너에 뽑혀서 참가비를 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원오원글로벌(101Global)이 후원하는 ‘아시아 패션 페어 모드 상하이’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수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런던 패션위크에 쇼룸 회사를 보내주는 기회가 있어서 신청했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우리가 다섯 팀 중 유일하게 국내 활동 브랜드로 참가하게 됐다.
시즌별 컬렉션 주제는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김진영: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추상적인 주제보다 구체적이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명확했던 주제들이 많았다. 이번 2018 F/W 컬렉션 주제인 ‘설원의 시간’도 여행지에서의 눈을 모티브로 잡아서 시작했다. 일상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생기고, 그걸 개발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다음 컬렉션 주제는 정해졌는지?
이수연: 아직 명확히 나온 건 아니지만 지구 공동설이라고 해서 지구 안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말을 기본 아이디어로 삼고 있다. 파라다이스, 지상낙원처럼 지구 안에 숨겨진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의상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김진영: 나는 노아의 방주를 생각했고, 이수연 디자이너는 나에게 지구 공동설을 알려줬다. 핵심은 똑같은데 어떤 식으로 풀지에 대한 차이였다. 우리 옷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주제들로 좀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브랜드 목표는?
김진영: 오는 9월에 열리는 런던 패션위크를 통해 유럽에 진출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다(웃음)
이수연: 패션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듀이듀이를 제법 알지만 일반 여성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그런 분들에게도 듀이듀이가 알려져서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유나 한경텐아시아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