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대동여지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대동여지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은 ‘지도의 나라’였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세상에 내놓기 이전에도, 내놓은 이후에도 수많은 지도가 편찬됐다. 조선 왕조 개창 후 10년 만인 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동아시아 최초의 진정한 세계지도로 평가받는 역작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추구한 조선은 일찍부터 효율적인 통치와 행정, 영토 확장과 방위를 위해 지도를 자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뛰어난 지도 제작 역량을 갖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상설전시관 1층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는 조선시대 지도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종합전시다. 보물 제1538호인 ‘동국대지도’를 비롯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외에도 국내 20여 개 기관과 개인 등이 소장한 중요 지도와 지리지 등 26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1557년에 제작된 ‘조선방역지도(朝鮮方域之圖·국보 제248호)’, 1770년 무렵 신경준이 영조에게 바친 원본 혹은 복사본으로 추정되는 ‘경상총여도(慶尙摠輿圖·보물 제1599호)’,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18세기 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는 공간, 시간, 인간, 지도 연대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공간을 다룬 제1부에서는 조선의 각 지역을 담아낸 지도뿐만 아니라 서북방 접경지대와 만주 일대를 그린 지도, 공재 윤두서가 꼼꼼하고도 미려하게 그려낸 ‘일본여도’, 세계지도,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전도’ 등 실로 다양한 지도를 만날 수 있다.

‘조선방역지도’는 세로 132㎝, 가로 61㎝ 크기로, 8도의 각 군현을 오방색의 다른 색상으로 칠해 가독성이 높다. 북으로는 만주, 남쪽으로는 제주도와 쓰시마섬까지 표시했다. 1463년 정척과 양성지가 제작한 ‘동국지도(東國地圖)’의 원형을 담고 있는 희귀한 지도로, 국내에 현존하는 전국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제2부와 3부에서는 지도에 기록된 역사와 다양한 용도로 제작된 지도들을 만날 수 있다. 제4부에서는 정상기, 신경준, 김정호 등으로 이어지는 지도 제작자의 연대기를 통해 조선의 지도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된 수많은 지도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는 것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아파트 3층 높이로 펼쳐진 대동여지도의 원본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전시는 10월28일까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