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여야가 ‘쌈짓돈’ ‘제2의 월급’ 비판을 받아온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면 폐지하기로 13일 합의했다. 여야는 당장 7월분 특활비부터 수령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올해 기준 약 60억원을 반영한 특활비가 국회 예산에서 아예 제외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례 회동을 한 뒤 매년 지급하는 특활비 전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의원 외교 활동이나 상임위원회 운영 비용, 의원 연구모임 활동비 등의 경비도 폐지 대상에 포함했다.

◆국회 쌈짓돈 특활비 폐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특활비 제도는 국회 차원에서 폐지하기로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며 “구체적인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은 오는 16일 국회 차원에서 국민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예산 폐지는 물론 올해 7월부터 미수령 중인 특활비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기국회 때 쓰이던 각종 지원비를 전액 삭감하고 회의 간담회 워크숍에 한해 투명하게 증빙하는 업무추진비만으로 긴축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활비는 다른 예산과 달리 집행 때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어 그동안 ‘눈먼 돈’, 쌈짓돈, 제2의 월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 등에게 지급하며 지급 인원과 정확한 규모가 공개된 적은 없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에게는 매월 2000만~4000만원, 18명의 상임위원장에게는 600만~7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특활비와 관련, 민주당과 한국당은 당초 영수증 처리 등 양성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정의당에 이어 바른미래당까지 특활비 폐지와 수령 거부 대열에 동참하자 전면 폐지로 돌아섰다.

이날 회동에선 특활비 문제 외에 피감기관 지원 출장 논란에 따른 국회의원 국외활동 심사자문위원회 구성도 논의됐다. 여야는 이날 심사자문위원회 위원 구성을 끝내고 첫 회의를 16일 열기로 했다.

◆정부기관 특활비도 손볼 듯

정치권에선 이번 국회의 특활비 폐지가 중앙정부 부처와 국가기관의 예산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는 그동안 특활비 폐지 요구가 나올 때마다 “특활비를 사용하는 다른 정부 기관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명분을 폐지 반대 사유로 꼽았다. 하지만 국회가 특활비를 없애면서 이번 9월 정기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특활비를 사용하는 정부 부처 예산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행정 부처의 지난 10년간 특활비 규모는 약 4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부도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에서 특활비를 사실상 수당처럼 매달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연간 3억원의 특활비를 지급했으며 대법관들은 월평균 100만원의 특활비를 수령했다.

가장 많은 특활비를 사용하는 국가정보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활비 청와대 상납’ 논란이 불거지는 등 매번 불투명한 용처가 문제가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의 특활비 폐지가 국정원 청와대 경찰 검찰 등 특활비를 주로 사용하는 기관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며 엄격한 심사를 예고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