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붉은 포효'… 우즈, 우승 같은 준우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큰 경기에 강한 켑카, 세 번째 메이저 우승컵
PGA챔피언십 두 주인공
우즈, 6언더파 '무서운 뒷심'
"전성기 타이거가 돌아왔다"
'버디 묘기'에 갤러리들 함성
묵묵히 자신의 경기펼친 켑카
승부 근성 빛난 '골프 新인류'
통산 4승 중 3승이 '메이저'
PGA챔피언십 두 주인공
우즈, 6언더파 '무서운 뒷심'
"전성기 타이거가 돌아왔다"
'버디 묘기'에 갤러리들 함성
묵묵히 자신의 경기펼친 켑카
승부 근성 빛난 '골프 新인류'
통산 4승 중 3승이 '메이저'
12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이 열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골프장. 마지막 홀컵까지 가는 길은 6야드에 불과했다. 퍼터를 떠난 공이 긴 정적을 뚫고 굴러갔다. 공이 홀컵 속으로 사라진 순간, 18번홀 그린을 겹겹이 둘러싼 갤러리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붉은 셔츠를 입은 타이거 우즈(43)가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했다. 우즈는 경기를 끝낸 뒤 감격에 겨운 듯 목이 잠긴 채 말했다. “모든 게 예전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응원해준 갤러리들이 고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팬들의 화답이 쏟아졌다. “생큐 타이거! 선물을 준 건 오히려 당신이야!”
챔피언보다 더 주목받은 우즈의 준우승
우즈는 이날 대회 최종라운드를 6언더파 64타로 끝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우즈의 순위는 우승자 브룩스 켑카(28)에게 2타 뒤진 단독 2위.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한 건 양용은(46)에게 역전패한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우즈는 15번째 메이저 우승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때 선두를 1타 차까지 따라잡았지만 마지막 뒤집기 드라마를 쓰기엔 켑카의 질주가 한발 앞섰다.
그런데도 모든 관심은 우즈에게로 쏠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가장 좋았던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우즈는 첫날 이븐파(70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라운드에서 모두 언더파(66-66-64)를 적어냈다. 특히 마지막 날은 티샷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버디 8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복원력을 선보였다. 이날 우즈는 전반에 한 번도 티샷을 페어웨이에 적중시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3언더파를 쳤다. ‘전강후약’으로 평가되던 후반에도 집중력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전반에는 10타를 줄였지만 후반에는 2타를 잃었던 우즈였다. 4라운드에서 그는 전후반 똑같이 3타를 덜어내 균형을 맞추며 이날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냈다. 우즈는 “이런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쇼트게임 전성기 시절 방불케 해
우즈의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05.9야드다. 전체 출전 선수 중 27위. 드라이버 정확도는 57.14%(74위)로 낮았다. 우즈를 나흘 내내 괴롭혔던 티샷 불안이 그대로 함축돼 있는 수치다. 정교한 쇼트게임과 트러블샷이 이를 만회해줬다. 러프와 벙커를 전전하고도 그린 적중률이 72.22%로 27위, 벙커샷 성공률이 83.33%로 4위였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려 타수를 줄인 지수가 13.809로 전체 2위였다.
위기관리용 샷 메이킹이 두드러진 곳이 9번홀이었다.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졌지만 의도적인 훅샷을 해 공을 깃대 오른쪽 5m 부근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낸 것이다. 퍼팅도 날카로웠다.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평균 퍼팅 수가 1.635회로 전체 4위였다.
‘골프 신인류’ 우즈의 최대 난적으로
‘골프 노마드’로 불렸던 켑카는 ‘메이저 사냥꾼’의 위상을 단단히 다졌다. 2015년 피닉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따낸 그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트로피까지 거머쥔 뒤 올해 US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이번 PGA챔피언십 우승이 통산 4승째이자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이다. 우승상금은 189만달러(약 21억3000만원). 2000년 우즈 이후 18년 만에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한 해에 석권한 켑카는 이 메이저 2승만으로 46억원 가까운 상금을 벌었다.
우즈가 지난 시대에 처음 출현한 독점적 ‘골프황제’였다면 켑카는 더스틴 존슨, 토니 피나우, 저스틴 토머스 등과 함께 골프에 최적화한 ‘골프 신인류’로 꼽혀온 인물이다. 클럽 헤드 스피드가 시속 120마일(일반인 남자가 90마일 안팎)을 쉽게 넘나들면서도 정확성이 뛰어난 차세대 필드 지배자들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의 야구 집안 출신인 켑카는 키 182㎝, 몸무게 83㎏ 정도로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체격을 갖췄다. 하지만 속이 꽉 찬 근육질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최대 348야드, 평균 324.2야드(출전자 중 2위)를 날리면서도 73.21%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린 주변에서 트러블 상황을 해결하는 스크램블링 능력(2위)과 퍼팅 능력(3위)도 빼어나다.
어렸을 때 앓았던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한 경험 덕분인지, 좀체 흥분하거나 풀이 죽는 법도 없다. 2타 차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던 마지막 18번홀에서도 우드나 아이언을 잡지 않고 곧바로 드라이버 티샷을 했던 것이 좋은 사례다. 자신의 느낌과 흐름을 살려나가는 ‘강공’이 특기다. 우즈를 향한 팬들의 일방적인 관심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CBS스포츠의 카일 포터는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고 선언한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샷을 날리고 퍼트를 했다”고 평했다.
켑카는 이날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4위에서 2계단 오른 2위가 됐다. 우즈는 51위에서 26위로 껑충 뛰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챔피언보다 더 주목받은 우즈의 준우승
우즈는 이날 대회 최종라운드를 6언더파 64타로 끝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우즈의 순위는 우승자 브룩스 켑카(28)에게 2타 뒤진 단독 2위.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한 건 양용은(46)에게 역전패한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우즈는 15번째 메이저 우승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때 선두를 1타 차까지 따라잡았지만 마지막 뒤집기 드라마를 쓰기엔 켑카의 질주가 한발 앞섰다.
그런데도 모든 관심은 우즈에게로 쏠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가장 좋았던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우즈는 첫날 이븐파(70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라운드에서 모두 언더파(66-66-64)를 적어냈다. 특히 마지막 날은 티샷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버디 8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복원력을 선보였다. 이날 우즈는 전반에 한 번도 티샷을 페어웨이에 적중시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3언더파를 쳤다. ‘전강후약’으로 평가되던 후반에도 집중력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전반에는 10타를 줄였지만 후반에는 2타를 잃었던 우즈였다. 4라운드에서 그는 전후반 똑같이 3타를 덜어내 균형을 맞추며 이날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냈다. 우즈는 “이런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쇼트게임 전성기 시절 방불케 해
우즈의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05.9야드다. 전체 출전 선수 중 27위. 드라이버 정확도는 57.14%(74위)로 낮았다. 우즈를 나흘 내내 괴롭혔던 티샷 불안이 그대로 함축돼 있는 수치다. 정교한 쇼트게임과 트러블샷이 이를 만회해줬다. 러프와 벙커를 전전하고도 그린 적중률이 72.22%로 27위, 벙커샷 성공률이 83.33%로 4위였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려 타수를 줄인 지수가 13.809로 전체 2위였다.
위기관리용 샷 메이킹이 두드러진 곳이 9번홀이었다.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졌지만 의도적인 훅샷을 해 공을 깃대 오른쪽 5m 부근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낸 것이다. 퍼팅도 날카로웠다.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평균 퍼팅 수가 1.635회로 전체 4위였다.
‘골프 신인류’ 우즈의 최대 난적으로
‘골프 노마드’로 불렸던 켑카는 ‘메이저 사냥꾼’의 위상을 단단히 다졌다. 2015년 피닉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따낸 그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트로피까지 거머쥔 뒤 올해 US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이번 PGA챔피언십 우승이 통산 4승째이자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이다. 우승상금은 189만달러(약 21억3000만원). 2000년 우즈 이후 18년 만에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한 해에 석권한 켑카는 이 메이저 2승만으로 46억원 가까운 상금을 벌었다.
우즈가 지난 시대에 처음 출현한 독점적 ‘골프황제’였다면 켑카는 더스틴 존슨, 토니 피나우, 저스틴 토머스 등과 함께 골프에 최적화한 ‘골프 신인류’로 꼽혀온 인물이다. 클럽 헤드 스피드가 시속 120마일(일반인 남자가 90마일 안팎)을 쉽게 넘나들면서도 정확성이 뛰어난 차세대 필드 지배자들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의 야구 집안 출신인 켑카는 키 182㎝, 몸무게 83㎏ 정도로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체격을 갖췄다. 하지만 속이 꽉 찬 근육질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최대 348야드, 평균 324.2야드(출전자 중 2위)를 날리면서도 73.21%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린 주변에서 트러블 상황을 해결하는 스크램블링 능력(2위)과 퍼팅 능력(3위)도 빼어나다.
어렸을 때 앓았던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한 경험 덕분인지, 좀체 흥분하거나 풀이 죽는 법도 없다. 2타 차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던 마지막 18번홀에서도 우드나 아이언을 잡지 않고 곧바로 드라이버 티샷을 했던 것이 좋은 사례다. 자신의 느낌과 흐름을 살려나가는 ‘강공’이 특기다. 우즈를 향한 팬들의 일방적인 관심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CBS스포츠의 카일 포터는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고 선언한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샷을 날리고 퍼트를 했다”고 평했다.
켑카는 이날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4위에서 2계단 오른 2위가 됐다. 우즈는 51위에서 26위로 껑충 뛰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