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곳만 ‘점검’ >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조사팀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단지 내 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 실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ung.com
< 5곳만 ‘점검’ >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조사팀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단지 내 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 실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ung.com
13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내 중앙상가. 국토교통부· 서울시 합동점검반원 2명이 부동산 중개업소 한 곳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중개 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비롯해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 등 실거래 신고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지난 6월 이후 실거래 신고를 마친 거래 중 다수·미성년 거래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대상이었다.

중앙상가에 들어선 36개 중개업소 중 이날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업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단속을 지켜보던 잠실5단지 주민 임모씨(52)는 “지난주만 해도 대부분 영업을 했었는데 단속이 나온다는 소식이 새나갔는지 대부분 문을 닫은 것 같다”며 “단속 하나로 집값을 잡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단속은 국토부가 지난 3일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고강도 현장 단속을 경고한 뒤 이뤄진 후속 조치다. 단속반 8명은 3개 조를 이뤄 송파구 잠실동 일대 중개업소 5곳을 점검했다. 실거래 내용 외에 공인중개사법 준수 여부, 위장전입, 청약통장 불법 거래 여부 등을 조사했다. 국토부는 위법 행위를 발견하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하창훈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용산·마포·영등포·강남 4구 등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단속을 실시했다”며 “모든 조사 대상에 통장 사본, 현금조성 증명자료 등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소명자료가 불분명하면 출석조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일대 중개업소를 이미 한 차례 단속했다. 용산구 신계동 e편한세상 등 주요 단지 주변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업다운계약, 편법 증여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서울 25개 구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집값 과열이 계속되면 조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20일부터는 시공사 선정을 두고 내홍을 겪은 정비사업장도 집중 점검한다. 용역 계약, 회계 처리, 정보공개 현황 등 조합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단속의 실효성이 낮아 전시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중개업자는 “단속이 나오면 언제든 문 닫을 준비가 돼 있다”며 “전화로 문의가 오면 카페나 오피스텔 등에서 암암리에 거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보경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지도단속실장은 “정부 현장 단속은 매년 그렇듯 별 소득 없이 끝나기 마련”이라며 “중개업소만 잡을 게 아니라 집값을 담합하는 일부 매도자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