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팔로어 수십만' 인플루언서, 유통 빅3에 속속 입점
백화점 안에 인플루언서 패션 매장을 만들고, 온라인 전용 쇼핑몰도 속속 내는 중이다. 기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SNS에 육아·여행·패션 등을 주제로 자신의 일상을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유명인을 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으며 패션, 뷰티 등의 사업에 진출해 유명 브랜드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통 빅3 인플루언서와 협업

현대홈쇼핑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 ‘H몰’에 SNS 인플루언서 패션, 잡화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훗(Hootd)’을 13일 열었다. 훗은 ‘내가 선보이는 오늘의 패션’이란 뜻의 영어 단어 ‘Outfit of the day’의 약자에 H몰의 첫 글자를 합쳐 지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내 인플루언서 편집 매장 ‘아미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내 인플루언서 편집 매장 ‘아미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곳에 입점한 인플루언서는 8명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사이에서 유명한 윤애리 씨의 가방 브랜드 ‘라프앤모어’, 모델 부부로 ‘서아가족 육아 이야기’를 공유 중인 이미지 씨의 ‘끄나리’, 파워 블로거 1세대로 육아맘의 다양한 일상을 공개해 큰 공감을 얻은 이윤영 씨의 여성 의류 브랜드 ‘밥이핫딜 스텔라비’ 등이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팔로어를 다 합하면 140만 명에 이른다고 현대홈쇼핑 측은 설했다. 훗은 여성 의류, 핸드백, 보석,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200여 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 배송과 구매, 상담 등은 기존 현대H몰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에 이들 인플루언서 브랜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플러스숍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네온’이란 인플루언서 온라인몰을 열었다. 팔로어 약 21만 명에 이르는 ‘가영’을 비롯 여행 중 입은 바캉스 의상을 히트시킨 ‘곽자매’,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인기를 끈 ‘트리밍버드’ 등이 입점했다. 롯데는 작년 말 서울 소공동 본점에 ‘아미마켓’이란 인플루언서 상설 매장을 내기도 했다.

'팔로어 수십만' 인플루언서, 유통 빅3에 속속 입점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브랜드 서울’이란 행사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였다. 청담동, 한남동, 연희동 등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를 한데 불러 모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작년 9월 이벤트가 큰 화제가 되자 올해부터 매년 5, 9월 정례 행사를 하기로 했다.

◆2030 여성 고객 유인효과 노려

대형 유통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만남’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 분야는 ‘여성’ ‘패션’ ‘육아’ ‘여행’ ‘다이어트’ 등이다. 백화점과 홈쇼핑의 주력 상품과 겹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특정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20~30대가 SNS에서 상품을 많이 구입한다. 20~30대 여성 고객 확보가 화두인 유통업계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도 유통 업체와 협업하면 얻는 게 많다. 마케팅뿐 아니라 물류·배송·결제·사후관리 등 혼자 하기 힘든 부분을 대기업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해외 유통 기업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 중이다. 아마존은 인플루언서가 자사 상품을 추천하고 홍보해 주면, 일부 수수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온라인 몰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 행사에 늘 중국판 인플루언서 ‘왕훙’을 초청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