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장사’를 가장 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의 안정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발행어음과 해외사업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ROE 13% 넘는 유일한 대형사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782억원, 순이익 2873억원을 올렸다고 13일 발표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2706억원) 대비 167억원(6.2%) 늘었다. 상반기 기준 이 회사가 거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상반기 증권사 수익성 1위는 한투證
한국투자증권은 자본 수익성 측면에서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실적 기준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은 13.2%로 국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ROE는 각 회사가 내놓은 상반기 순이익에 2를 곱한 값을 1·2분기 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연환산해 산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ROE 13%를 넘어선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12.7%) 신한금융투자(11.3%)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위탁매매 부문 세전 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142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부문도 32.7% 늘어난 1545억원의 이익을 냈다.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부문도 각각 21.1%, 15% 이익이 늘었다.

상반기 증권사 수익성 1위는 한투證
올 들어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요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30% 수준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위탁매매 수익은 20%가량에 그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대신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등 각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모든 수익원별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발행어음 잔액 2.7조원 돌파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IB와 해외사업에 집중해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증권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취득해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단기 사모사채 및 기업어음(CP) 인수, 기업대출 등은 물론 만기가 긴 고금리 상품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매입에도 적극 나서는 방식의 자금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달 초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조7000억원 수준까지 꾸준히 늘어나면서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단팍증권을 지난달 현지법인인 KIS인도네시아로 새로 출범시켰다.

2010년에 세운 베트남 현지법인 KIS베트남은 상반기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935억원의 현지 8위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지난달 25일에는 외국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파생상품(선물) 시장에 진출하는 등 현지영업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 사장은 “동남아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아시아 최고 IB’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