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엊그제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총체적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확인시켜 줬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2017년 3월 100.98로 고점을 찍은 뒤 15개월째 하락 중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내림세를 이어가며 99.22까지 낮아졌다. 생산, 투자, 소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6~9개월 뒤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의 장기 추락은 한국 경제를 회복국면으로 되돌리려면 비상한 각오와 수단이 필요함을 웅변한다.

[사설] 세계 경제마저 주춤… 경제 살릴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선진국 클럽’ OECD의 발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표는 또 있다. 32개 주요 회원국 전체 경기선행지수가 2년 안팎의 상승세를 끝내고 하향반전했다는 사실이다. 독일 일본 등이 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선 데다 호황이던 미국의 선행지수마저 3개월째 약세다. 물론 6월의 OECD 전체 경기선행지수가 99.78로 기준점 100을 크게 밑돌지는 않는다. 낙폭도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확장 국면이 올 4분기를 전후해 마무리될 것이라는 신호는 분명해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카운터 펀치가 될 수도 있다.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터키 등 덩치 큰 신흥국들과 갈등을 키움에 따라 그렇잖아도 글로벌 교역시장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선진국 경기마저 꺾인다면 세계 경제 리스크는 훨씬 커지게 된다. 이제 막 규제 개혁과 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할 채비를 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큰 악재다. 대외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엉뚱한 실험을 하느라 허송세월하다시피 한 지난 1년여를 되돌리는 일이 그만큼 힘들어진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가 국내외 경제동향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지표가 동반추락한 지 오래이고 2분기에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예상되는데도 기획재정부는 ‘경기 회복세’라는 판단을 9개월째 고집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의식한 레토릭이길 바랄 뿐이다. “경기침체 신호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시장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시간이 급박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글로벌 경제에 온기가 남아 있는 올 하반기가 ‘혁신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