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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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외국인들의 소비도 창출하자는 취지로 수차례 도입이 모색돼 왔지만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돼 왔던 입국장 면세점.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실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 관련 논의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2001년부터 제기됐다. 출국 때 산 면세품을 여행지에서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항 이용객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했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현실화 되지 못했던 이유는 기재부와 관세청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면세품은 해외 사용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물품이기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이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사용 품목의 경우 현행법상 ‘소비지 과세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발언 이후 기재부와 관세청에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여행객들의 불편이 제기되고 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만큼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만 29개국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마자 바로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인천공항 측은 관세법 개정, 경쟁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 및 매장시설공사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로 약 7개월 뒤면 실제 운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1터미널 수하물수취지역 2곳(각 190㎡), 제2터미널 수하물수취지역 1곳(326㎡)을 입국장 면세점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기존 면세점 업계와 항공사는 반발하고 있다.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경쟁이 심화된다”며 입국장 면세점을 반대해왔다.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된다면 당장 기내 면세점 매출이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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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 실장은 의원 시절이던 2003년부터 입국장 면세점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수차례 무산됐다.

2010년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주장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관련 법안(관세법 개정안)이 폐기되자 “항공사들의 로비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임종석 실장과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인천공항은 입국장 면세점이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다.

한국인 여행객이 해외 면세점에서 소비하는 외화를 연간 1500억 원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일자리 수백 개도 신규 창출할 수 있다”며 “기재부,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입국장 면세점 운영을 위한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이 연간 300억 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요구해왔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익을 모두 국가에 환원할 예정이며 환원 방식 등도 함께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출국장에서 산 면세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조만간 사라질 수 있을지 국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