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계자 "또 떨어지면 금융위에 불벼락 떨어질 판"
"이팔성, MB 4대천왕… 우리銀 회장 앉히라 청와대서 직접 오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이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금융기관장으로 앉히기 위해 청 관계자들에게 지시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재판에서 당시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의 진술을 공개했다.

임 전 처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가 금융기관장으로 누구를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면서 "이창용 당시 부위원장이 청와대로 들어가 오더를 받았고, 실제 선임되게 하는 작업은 내가 했다"고 진술했다.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들의 개개인 성향을 분석해 개별적으로 부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에서 구체적인 지시가 있던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임 전 처장은 이 전 회장을 KRX(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앉히라는 청와대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금융위는 청와대에서 완전히 찍혔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리가 정권 잡은 것 맞느냐'는 말까지 나올 만큼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 때문에 이승균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하나가 책임지고 금융위를 나가라"고 했고, 당시 김영모 과장이 사퇴하기도 했다고 임 전 처장은 전했다.

임 전 처장은 이 전 회장에 대해 "대표적인 MB 측근, 4대천왕으로 유명했다.

시장에서는 이팔성 인사가 해결돼야 나머지 금융계인사가 진행된다는 분위기가 파다했다"면서 "청와대에서 이팔성을 우리 회장으로 하라는 오더가 분명히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실력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가 나 있었고, 청와대에서 미는 인물이 아니면 얘기 꺼내기도 어려운 사람이었다"며 "우리 (회장)도 떨어진다면 금융위에 불벼락 떨어질 판이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금융위는 이 전 회장의 선임을 위해 당시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이주형 부사장에게 연락했다고 임 전 처장은 설명했다.

김명식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도 이 전 회장의 선임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검찰 조서에서 진술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회장의 KRX 이사장 낙마에 "이 전 대통령은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하나 하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우리은행 회장에 선임되도록 청와대가 나설지 대통령 의사를 확인하고자 보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응'이라고 말했다.

이팔성 선임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반응했고, KRX가 안됐으니 이번엔 잘 해보란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김 전 비서관은 진술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계속된 검찰 조사에 태도를 바꿔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 적힌 수수 금액에 대해 시인한 과정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집사람과 대화해보니 새로 기억난 것도 있고 스스로 기억난 부분도 있다.

전반적 취지를 인정한다"며 진술을 바꿨다.

앞선 재판서 공개된 이 변호사의 초기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이팔성이 '가라(허위)'로 만든 것"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