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부식 등 안전문제로 정비기간 늘어…인위적 정지 아냐"
신고리 4호기, '지진 안전성' 평가받느라 준공 지연될 듯


정부가 한국전력 적자의 원인 중 하나인 낮은 원전 이용률이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과 무관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한전의 상반기 영업적자가 탈원전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상반기 원전 이용률이 낮은 것은 일부 보도대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전 가동을 중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건설한 원전에서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견돼 정비 기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가동 원전의 총 계획예방정비일수는 1천700일로 작년 상반기 1천80일보다 늘었다.

산업부는 정비일수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이 2016년 6월 한빛 2호기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발견된 이후 모든 원전을 점검했는데 9기에서 철판 부식이, 11기에서 콘크리트 결함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 철판과 콘크리트는 중대사고 발생 시 방사선 누출을 막아주는 설비여서 부식이나 공극 등의 하자가 있으면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기적인 계획예방정비의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통상 약 2개월이 걸리지만, 이런 문제가 발견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정비하면서 정비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고리 3·4호기는 격납건물 철판 문제 때문에 일반적인 계획예방정비보다 정비가 각각 428일, 242일 지연됐다.

신고리 1호기는 원자로냉각재펌프 정비와 설계 개선으로 정비 기간이 363일 늘었고, 월성 3호기는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발견된 이물질을 제거하고 중수 누출 사건에 대응하느라 137일이 더 걸렸다.

정비가 완료된 원전은 원자력안전법이 정한 기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받아 순차적으로 다시 가동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 원전 안전검사나 정비와 관련한 새로운 검사 항목이나 절차를 신설하거나 강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정비 때문에 원전 가동을 정지하는 것은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올해 원전 24기 중 한순간에 최대 13기가 가동을 정지했는데, 2013년 원전 납품비리 사건 당시에는 23기 중 10기, 2016년 경주 지진 때는 24기 중 11기가 가동을 정지했다.

한수원은 향후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 23기 중 최대 21기의 원전이 가동되면서 원전 이용률이 3분기 76.3%, 4분기 76.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건설 중인 일부 원전도 안전성 평가 때문에 가동이 지연될 전망이다.

신고리 4호기는 원래 9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은 준공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16년 경주 지진과 작년 포항 지진 이후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지진 안전성 평가를 다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울 1·2호기도 같은 이유로 상업운전 목표일이 각각 2018년 12월, 2019년 10월에서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들 원전의 가동이 지연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전환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 년에 걸쳐 자연 감소시키는 것"이라며 "2023년까지 추가로 5기의 신규 원전이 준공·운영될 예정으로 현재까지는 수명연장 중단 등 전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낮은 원전 이용률은 탈원전 아닌 부실시공 탓"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