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장병은 미래 우리 고객"
메디힐, 마스크팩 50만장 기부
패션업체 LF도 시장 진출
선크림 기본…눈썹도 다듬어
화장·피부관리법 선보이는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 인기
국내 마스크팩 1위 브랜드 메디힐은 이달 초 국군 부대 8곳에 마스크팩 7만 장씩을 전달했다. 19억원어치다. 또 다른 화장품회사 셀퓨전씨도 강원지역의 한 육군 부대에 자사 마스크팩을 기증했다. 뷰티 업체들이 군부대로 달려가는 이유는 국군 장병을 위해 기부하려는 것뿐 아니라 거대한 잠재시장이기 때문이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뷰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남자 화장품 시장은 2010년 7925억원에서 지난해 1조1843억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뷰티 전문 크리에이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했다.
◆패션업체까지 뛰어들어
남성들이 화장품업계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건 3~4년 전 ‘그루밍족’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하면서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가리키는 단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메이크업 숍에서 눈썹을 다듬고 직접 제모도 한다. 피부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인이나 여자친구가 사다주는 화장품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스스로 찾아나선다.
‘관리하는 남자들’의 등장으로 2010년대 들어 남성 화장품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여성 소비자에게만 집중했던 업계도 남성을 위한 전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들어 남성 라인을 확장했다. 2013년 출시한 ‘아이오페 맨’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까지 마련한 끝에 지난해 남성 화장품 전용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출시했다.
미샤 역시 BB크림처럼 남성을 위한 피부톤 보정 제품을 내놓고 일반 제품보다 30% 큰 남성용 코팩을 선보였다. 맨썸, 블랙몬스터 등 남성 전용 화장품만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신생 업체도 등장했다.
패션업체인 LF는 남성용 제품인 ‘헤이즈 맨 스킨케어’를 내놓으며 다음달부터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 LF 측은 “기초 제품부터 시작해 선크림, BB크림, 향수 등으로까지 제품군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식 변화도 한몫
‘화장하는 남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도 남성 화장품 시장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이들을 두고 ‘이상하다’ ‘유난스럽다’는 시선이 주류였다면 최근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안다’ ‘꾸밀 줄 안다’는 긍정적 이미지가 늘었다는 평가다.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평가가 바뀐 건 ‘K팝 아이돌’의 등장 덕분이다. 2000년대 초반 활동을 시작한 동방신기, 샤이니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등 가요계 한류 열풍을 일으킨 아이돌 보이그룹이 화려한 무대 화장을 선보이면서 남성 메이크업에 거부감이 한층 줄었다는 분석이다.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의 등장 역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 개그맨 출신 김기수 씨는 유튜브에 화려한 화장법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가 보유한 팔로어 수는 11만여 명. ‘글리 메이크업’ ‘함께보송’과 같은 일반인 남성 유튜버들도 ‘피부톤 관리하는 법’ ‘아이돌 화장하는 법’ 등을 선보이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전체 시장이 40조원에 달하지만 면세점 등에서 구입하는 제품 비중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고려할 때 내수는 오히려 둔화되는 추세”라며 “반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3~4% 꾸준하게 커지면서 새로운 이익 창출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