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면세점엔 '따이궁'만 북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끝나지 않은 사드보복
사드보복 철회 약속 8개월
유커 月60만 → 30만…개별관광만 소폭 늘어
"면세점, 따이궁에 상품 대주는 도매상 전락"
보복 직격탄 맞은 롯데는 중국 사업 '초토화'
사드보복 철회 약속 8개월
유커 月60만 → 30만…개별관광만 소폭 늘어
"면세점, 따이궁에 상품 대주는 도매상 전락"
보복 직격탄 맞은 롯데는 중국 사업 '초토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는 롯데가 중국에서 한 단일 사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백화점,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한꺼번에 짓는 이 프로젝트의 총 투자금액은 약 3조원.
롯데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는 롯데월드 선양 공사부터 막았다. 2016년 11월 말 테마파크 호텔 등 2단계 공사를 막 시작할 때였다.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게 표면상 이유였다. 롯데는 이후 2년 가까이 공사를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공사 재개 인허가를 신청하려 하면 “일조권 침해 당사자와 합의부터 하라”며 중국 당국에서 서류 접수를 거부해서다. 일조권 침해는 공사를 못하게 하려는 빌미에 불과한 것으로 현지에선 해석하고 있다.
2014년 백화점, 아파트 등 1단계 공사를 완료한 상태라 프로젝트 중단도 불가능하다. 롯데 관계자는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반토막’ 여전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기대는 컸다. “사드 보복이 바로 끝나진 않더라도 점진적으론 풀릴 것”이란 전망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사드 보복 해제는 가시화된 게 없었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뚝 끊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사드 보복 조치 이전 작년 2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59만 명에 달했다. 올 들어선 월평균 30만 명대 수준이다. 그나마 개별 관광객(싼커)이 증가해 작년 월 20만 명 수준에서 회복한 게 이 정도다.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이는 단체가 아니라 개별 관광객(FIT)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단체 관광이 재개돼야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커가 최대 ‘큰손’인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중국에서 한국 면세품 수요는 여전한데 단체 관광이 꽉 막히자 따이궁이 대량으로 물건을 떼가 중국에서 재판매하고 있어서다. 면세점업계에선 따이궁 시장 규모만 연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이궁이 유커를 ‘대체’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은 유커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면세점업계 설명이다. 따이궁이 대량 물품 구입에 따른 할인 혜택을 크게 받는 데다 면세점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높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에 면세품을 대주는 도매상으로 전락했다”고 푸념했다.
2년 전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인천에서 치맥(치킨+맥주), 삼계탕 파티를 벌여 화제가 됐던 포상관광 단체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2016년 855건이던 중국 포상관광 단체는 지난해 161건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 7월까지는 지난해의 80% 수준인 123건에 머물고 있다. 박철범 관광공사 미팅인센티브팀장은 “한한령(限韓令) 전면 해제 없이는 이전과 같은 대형 포상관광 단체의 한국 방문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서 사실상 전면 철수
사드 보복이 철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롯데는 두 손을 들었다. 중국 내 110개 매장(슈퍼 11개 포함)을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74개 점포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자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하기로 했다. 중국 내 법인 4개 중 2개 법인(화북법인, 화동법인) 매각을 지난 5월 결정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내 백화점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5개 점포 중 임차 계약을 맺고 있는 톈진 2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을 우선 철수 대상으로 정하고 영업권 양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백화점까지 폐점하면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 사업을 모두 철수하게 된다. 롯데는 앞서 중국 내 TV 홈쇼핑 사업도 모두 접기로 했다. 롯데는 또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중국 내 식품 사업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각 지점을 통폐합하고,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작업에 나섰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면세점, 관광, 호텔업계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다각화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광/이선우 기자 ahnjk@hankyung.com
롯데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는 롯데월드 선양 공사부터 막았다. 2016년 11월 말 테마파크 호텔 등 2단계 공사를 막 시작할 때였다.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게 표면상 이유였다. 롯데는 이후 2년 가까이 공사를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공사 재개 인허가를 신청하려 하면 “일조권 침해 당사자와 합의부터 하라”며 중국 당국에서 서류 접수를 거부해서다. 일조권 침해는 공사를 못하게 하려는 빌미에 불과한 것으로 현지에선 해석하고 있다.
2014년 백화점, 아파트 등 1단계 공사를 완료한 상태라 프로젝트 중단도 불가능하다. 롯데 관계자는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반토막’ 여전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기대는 컸다. “사드 보복이 바로 끝나진 않더라도 점진적으론 풀릴 것”이란 전망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사드 보복 해제는 가시화된 게 없었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뚝 끊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사드 보복 조치 이전 작년 2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59만 명에 달했다. 올 들어선 월평균 30만 명대 수준이다. 그나마 개별 관광객(싼커)이 증가해 작년 월 20만 명 수준에서 회복한 게 이 정도다.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이는 단체가 아니라 개별 관광객(FIT)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단체 관광이 재개돼야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커가 최대 ‘큰손’인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중국에서 한국 면세품 수요는 여전한데 단체 관광이 꽉 막히자 따이궁이 대량으로 물건을 떼가 중국에서 재판매하고 있어서다. 면세점업계에선 따이궁 시장 규모만 연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이궁이 유커를 ‘대체’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은 유커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면세점업계 설명이다. 따이궁이 대량 물품 구입에 따른 할인 혜택을 크게 받는 데다 면세점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높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에 면세품을 대주는 도매상으로 전락했다”고 푸념했다.
2년 전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인천에서 치맥(치킨+맥주), 삼계탕 파티를 벌여 화제가 됐던 포상관광 단체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2016년 855건이던 중국 포상관광 단체는 지난해 161건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 7월까지는 지난해의 80% 수준인 123건에 머물고 있다. 박철범 관광공사 미팅인센티브팀장은 “한한령(限韓令) 전면 해제 없이는 이전과 같은 대형 포상관광 단체의 한국 방문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서 사실상 전면 철수
사드 보복이 철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롯데는 두 손을 들었다. 중국 내 110개 매장(슈퍼 11개 포함)을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74개 점포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자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하기로 했다. 중국 내 법인 4개 중 2개 법인(화북법인, 화동법인) 매각을 지난 5월 결정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내 백화점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5개 점포 중 임차 계약을 맺고 있는 톈진 2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을 우선 철수 대상으로 정하고 영업권 양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백화점까지 폐점하면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 사업을 모두 철수하게 된다. 롯데는 앞서 중국 내 TV 홈쇼핑 사업도 모두 접기로 했다. 롯데는 또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중국 내 식품 사업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각 지점을 통폐합하고,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작업에 나섰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면세점, 관광, 호텔업계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다각화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광/이선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