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를 처음 본 사람들 대부분이 ‘멀쩡한 문자 인식 기술을 두고 왜 사람을 쓰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날로그가 이겼어요. 리멤버가 현재까지 처리한 명함만 1억 장이 넘습니다.”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개발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사진)가 꺼낸 창업 초창기 얘기다. 최 대표는 “사용하기 불편하다면 첨단기술을 적용해도 외면받기 마련”이라며 “200만 명의 사용자가 리멤버를 택한 이유도 편리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0만명이 쓴 명함관리 앱 '리멤버'… "일본 이어 동남아 진출"
리멤버는 명함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타이피스트가 정보를 입력해주는 명함관리 서비스다. 이때 이름, 연락처 등 중요 정보는 각기 다른 타이피스트가 입력한 뒤 이를 병합한다. 반복 입력되는 명함은 사람이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로 걸러내 프로그램이 처리한다. 인간의 정확함과 기계의 신속함을 더한 셈이다.

최 대표가 이런 사업 모델을 생각해낸 데는 직장 생활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창업 전 보스턴컨설팅 딜로이트 등에서 6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직업 특성상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잦아 명함관리 서비스를 썼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최 대표는 “문자 인식의 기술적 한계로 오히려 수정에 드는 시간이 더 길었다”며 “사람이 직접 입력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 정확도가 상승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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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적중했다. 2014년 1월 처음 서비스를 출시하고 4개월 만에 누적 명함 처리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고 2015년 2월에는 1000만 건을 넘겼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네이버 라인에 인수되며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지난달엔 누적 처리 명함 1억 건을 기록하며 ‘국민 명함관리 앱(응용프로그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해 승승장구하는 것 같지만 최 대표는 “갈 길이 아직 너무 멀다”고 말했다. 리멤버의 목표는 세계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과 같은 비즈니스 플랫폼 서비스다. 지난해 인맥 라운지 기능을 추가하며 이 계획의 첫발을 뗐다. 리멤버에 등록된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사업 제안이나 구인·구직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했으나 기능을 개선해 다시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일본에서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연계한 명함관리 앱 ‘마이브릿지’를 출시했다. 리멤버의 일본 버전이다. 라인이 강세를 보이는 동남아시아 지역도 잠재 시장으로 꼽힌다.

최 대표는 “당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이용자를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광고 도입, 인맥 서비스 개편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