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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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놓고 사회적인 논의가 뜨겁다.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강화를 위해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험료만 내다가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론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연장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걱정은 '기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국민연금을 더 많이 오래 낼 경우 가입자한테는 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4차 재정 추계 결과 기금고갈 시기가 애초 2060년에서 3년 이른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도 지속 가능성과 소득보장 기능을 높이고자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0.8%∼13%로 올리는 방안이 나왔다.

의무가입 나이는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금수령 나이는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정부는 이런 방안들에 대해 "민간전문가들의 '자문안'일뿐 정부의 공식 정책안이 아니고, 국회에서 공론화와 입법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만약 이런 방안대로 시행되더라도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건 아니고, 크게 보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수급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낸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많게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수익비'를 내세운다. 수익비는 보험료 대비 연금액의 배율을 말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기대여명을 이용한 노령연금 수급 기간 전망과 국민연금 수급부담구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연금 수급기간이 10년 정도면 수익비가 1배가 된다.

즉 10년 정도 받으면 그간 낸 보험료 총액과 받는 연금총액이 같아진다는 말이다. 연금 수급기간이 이보다 길수록 수익비는 높았다.

구체적으로 월평균 218만원의 소득자가 2017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가입기간 20년을 채우고 만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할 경우, 수익비는 연금수급 기간별로 21년 1.9배, 23년 2.1배, 25년 2.2배, 27년 2.3배, 29년 2.5배, 30년 2.5배 등으로 추산됐다.

수익비 측면에서 국민연금은 시중 어떤 민간보험상품보다도 좋다는 분석이다. 현재 개인연금 중에서 수익비가 1배를 넘는 것은 없다.

비록 보험료 인상으로 내는 보험료가 좀 더 많아지고, 가입 상한연령 연장으로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수익비는 조금 나빠질 수 있으나 고령화로 수급기간이 훨씬 길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수급자는 최대 2배 이상의 수익비를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납부한 보험료가 많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노후에 타는 연금액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더 오래 낸다고 해서 당장 손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좀 더 내실 있게 노후준비를 하고자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다.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이기준소득월액 상한액(소득상한액) 때문이다.

기준소득월액은 2018년 7월 현재 월 468만원이다. 매달 468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입자든 그 이상을 버는 가입자든 현행 보험료율(9%)에 따라 같은 보험료를 낸다.

국민연금의 소득상한액은 공무원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다른 공적 보험과 비교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의 상한액은 월 835만원으로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다. 이는 상위 계층에게 연금 혜택이 지나치게 쏠리는 '연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연금액을 지급하고, 수급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의 장점으로 꼽힌다.

사적연금 중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려주는 상품은 없고 계약 때 약정한 금액만 준다.

가입 상한연령이 상향조정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가입했다고 노후에 매달 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며 최소한 10년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반환일시금이란 형태로 그간 낸 보험료에다 약간의 이자를 덧붙여 받게 된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게 유리해 상한연령이 65세로 늘어나면 가입기간 확대로 최소가입기간을 충족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물론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임의계속가입제도를 이용해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만약 의무가입 상한연령이 65세로 늘고 60∼64세의 고령에도 직장을 다닌다면, 직장가입자이기에 보험료의 절반(나머지 절반은 사용자가 부담)만 내고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에도 '납부예외'를 신청해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돼 가입자한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연금재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개선방안을 보면, 현재 62세인 연금수령 개시 연령은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33년 65세가 되는데, 이에 맞춰 의무가입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할 경우 가입기간이 늘어 연금액이 증가하고 최소가입기간을 충족한 연금 수급자도 늘게 된다.

제도발전위원회 분석 결과, 가입 상한연령을 연금 수급연령 일정에 맞춰 65세로 상향 조정하면, 수급자 확대에 따른 연금지출 증가로 기금소진 시기가 2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고령자를 고용한 기업이나 고용주들이 추가로 짊어져야 할 보험료 부담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 2048년까지 68세로 연장하면 재정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가입자에게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비판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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