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격'에도 서울 집값 한달째 상승… "개발 호재에 수요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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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약발 왜 안 먹히나
용산·여의도發 상승 朴시장 언급 후 마포·양천구까지 상승 확산
대기수요 탄탄 대기업 실적 좋아… 고소득 직장인 내집마련 나서
공급은 태부족 재건축 규제로 공급 묶여… 임대 늘며 매물 사라져
용산·여의도發 상승 朴시장 언급 후 마포·양천구까지 상승 확산
대기수요 탄탄 대기업 실적 좋아… 고소득 직장인 내집마련 나서
공급은 태부족 재건축 규제로 공급 묶여… 임대 늘며 매물 사라져
정부가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서울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이 대구 광주 등 일부를 제외하고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다. 노무현 정부의 2005년 8·31 대책 다음으로 역대 고강도 규제 정책으로 꼽히는 8·2 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투자자 학습 효과, 다양한 개발 호재,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력 증가, 공급 부족 등을 꼽았다.
서울 집값 상승폭 4주 연속 확대
서울 집값 상승폭이 4주 연속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8월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올랐다. 상승폭이 전주(0.16%) 대비 0.02%포인트 커졌다. 7월 셋째주부터 4주째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집값 오름세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기존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산구는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기대로 원효로, 한강로 및 이촌동을 중심으로 올랐고, 영등포구는 여의도 통합 개발, 신안산선 등 개발 호재로 상승했다”며 “송파구와 서초구는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서울 거래량은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32건으로, 전월(4800건) 대비 17.3% 늘었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아기곰(필명)은 “통상 7월은 비수기라 6월보다 거래량이 7%가량 줄어드는데 지난달에는 되레 17%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규제 무용지물”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자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 등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과거에도 규제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가 다시 그 이상 회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결국 우상향한다는 인식이 학습됐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서울에서 추가적으로 꺼내 들 수 있는 규제 카드는 투기지역 확대 지정 정도”라며 “1주택자나 실수요자가 소위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고 나서는 것을 막을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리한 대출과 재건축 투기 등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 △3억원 이상 주택 구매 때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 의무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정비사업 재당첨(조합원·일반분양)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 서울 자치구는 금천·관악·노원구 등 3곳뿐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1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한 투기지역도 강남 4구 등 서울 11개 구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전체 주택 매매가격(한국감정원 기준)은 4.78% 올랐다. 상승률이 전년 동기(2016년 8월~2017년 7월) 3.04%보다 1.74%포인트 높았다. 아파트만 떼어보면 8·2 대책 전후의 가격 상승률 격차(1.98%포인트)는 더 크다.
非강남권 개발 호재
각종 개발 호재와 재건축·재개발사업 계획도 집값 안정화에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 발언 이후 용산구와 영등포구 아파트값은 연일 뛰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강북 주요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남과의 집값 차이는 크게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강북지역 14개 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2322만원으로 나타나 강남지역 11개 구(9억5676만원)의 54.7%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8·2 대책 여파로 지난 3월 강남 중위가격 대비 강북 중위가격 비율은 53%까지 떨어졌으나 7월 이후 다시 좁혀지는 모양새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비싼 아파트부터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강남의 상승세가 마·용·성을 비롯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키 맞추기 현상을 보였다”며 “(강북 집값이) 어느 정도 올라 가격 저항선에 부딪히면 그 격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영향권에 있는 영등포구, 양천구, 마포구, 용산구 등의 상승폭이 크다”며 “보유세 개편안 발표 전 억눌렸던 수요가 개발 호재를 만나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유동성·신규 공급 부족”
전문가들은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서울 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등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기곰은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물가 상승의 위험 회피(헤지) 수단인 부동산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 대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며 “고소득 직장인들이 주택 구매 실수요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기 수요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초 부동산 보유세 확정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관망하던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올 하반기 이주하는 재건축 단지 일대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대기 수요가 매수세로 옮겨온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많은데 서울 시내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거의 없고 각종 규제로 재건축을 통한 신규 공급은 묶여 있다. 여기에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이 증가세를 띠면서 매물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가 8년 임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 조치를 다시 적용받고, 임대기간에 내지 않은 종합부동산세를 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기 어렵다. 7월 신규 등록한 8년 이상 임대주택은 1만2552채로 전월(1만851채)에 비해 15.7% 증가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이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임대주택 등록 증가세는 하반기에 더 빨라질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조치, 장기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가 적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서울 집값 상승폭 4주 연속 확대
서울 집값 상승폭이 4주 연속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8월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올랐다. 상승폭이 전주(0.16%) 대비 0.02%포인트 커졌다. 7월 셋째주부터 4주째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집값 오름세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기존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산구는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기대로 원효로, 한강로 및 이촌동을 중심으로 올랐고, 영등포구는 여의도 통합 개발, 신안산선 등 개발 호재로 상승했다”며 “송파구와 서초구는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서울 거래량은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32건으로, 전월(4800건) 대비 17.3% 늘었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아기곰(필명)은 “통상 7월은 비수기라 6월보다 거래량이 7%가량 줄어드는데 지난달에는 되레 17%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규제 무용지물”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자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 등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과거에도 규제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가 다시 그 이상 회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결국 우상향한다는 인식이 학습됐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서울에서 추가적으로 꺼내 들 수 있는 규제 카드는 투기지역 확대 지정 정도”라며 “1주택자나 실수요자가 소위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고 나서는 것을 막을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리한 대출과 재건축 투기 등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 △3억원 이상 주택 구매 때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 의무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정비사업 재당첨(조합원·일반분양)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 서울 자치구는 금천·관악·노원구 등 3곳뿐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1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한 투기지역도 강남 4구 등 서울 11개 구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전체 주택 매매가격(한국감정원 기준)은 4.78% 올랐다. 상승률이 전년 동기(2016년 8월~2017년 7월) 3.04%보다 1.74%포인트 높았다. 아파트만 떼어보면 8·2 대책 전후의 가격 상승률 격차(1.98%포인트)는 더 크다.
非강남권 개발 호재
각종 개발 호재와 재건축·재개발사업 계획도 집값 안정화에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 발언 이후 용산구와 영등포구 아파트값은 연일 뛰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강북 주요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남과의 집값 차이는 크게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강북지역 14개 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2322만원으로 나타나 강남지역 11개 구(9억5676만원)의 54.7%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8·2 대책 여파로 지난 3월 강남 중위가격 대비 강북 중위가격 비율은 53%까지 떨어졌으나 7월 이후 다시 좁혀지는 모양새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비싼 아파트부터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강남의 상승세가 마·용·성을 비롯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키 맞추기 현상을 보였다”며 “(강북 집값이) 어느 정도 올라 가격 저항선에 부딪히면 그 격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영향권에 있는 영등포구, 양천구, 마포구, 용산구 등의 상승폭이 크다”며 “보유세 개편안 발표 전 억눌렸던 수요가 개발 호재를 만나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유동성·신규 공급 부족”
전문가들은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서울 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등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기곰은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물가 상승의 위험 회피(헤지) 수단인 부동산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 대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며 “고소득 직장인들이 주택 구매 실수요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기 수요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초 부동산 보유세 확정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관망하던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올 하반기 이주하는 재건축 단지 일대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대기 수요가 매수세로 옮겨온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많은데 서울 시내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거의 없고 각종 규제로 재건축을 통한 신규 공급은 묶여 있다. 여기에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이 증가세를 띠면서 매물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가 8년 임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 조치를 다시 적용받고, 임대기간에 내지 않은 종합부동산세를 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기 어렵다. 7월 신규 등록한 8년 이상 임대주택은 1만2552채로 전월(1만851채)에 비해 15.7% 증가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이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임대주택 등록 증가세는 하반기에 더 빨라질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조치, 장기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가 적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