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달 첫째주 베스트셀러 올라

김 대표가 몸담고 있던 출판사에서 독립해 1인 출판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신이 곧 대표고 직원이었기에 빠르고 간명했다. 백 작가와 말이 잘 통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책 제작에 들어갔다. 수정, 보완으로 문장을 다듬고 표지 디자인은 보다 밝은 느낌으로 다시 만들었다.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제대로 다시 제작한 책이 출간됐다. 김 대표는 “독립출판물로 나온 책을 구해 읽었을 때 ‘반드시 내가 (정식 출판)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베스트셀러의 덕목을 다 갖추고 있는 책이라는 감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눈길을 끄는 제목이 좋았다. 책은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내용이다. 상담 기록 그대로를 대화체로 옮겼다. 김 대표는 “대화체 문장으로 쉽게 읽히게 한 것이 유효했다”며 “요즘 사람들은 독서량이 부족하지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갖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1쇄로 3000부를 찍었지만 증가하는 수요에 쇄를 거듭하면서 5000부, 1만 부로 양을 늘렸다. 현재 10쇄까지 찍었고 1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심각할 수 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또한 재치 있으면서도 솔직하게 풀어낸 것이 통했다. 누구나 한 번쯤 빠져봤을 법한 우울감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이 섞여 있어 뻔하지 않았다. 이 책은 “‘우울’에 관한 책은 안 팔린다” “부정적인 이미지의 제목을 쓰면 안 된다” 등의 기존 ‘편집 공식’들을 깼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용으로도 부담 없을 정도의 고민을 담았다. 김 대표는 젊은 층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에도 과감하게 투자했다. 올겨울에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도 나올 예정이다.
독립해서 만든 첫 책이 소위 ‘대박’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김 대표는 그저 좋은 책을 펴내고 싶을 뿐이다. “내가 읽어서 좋은 내용을 나누고 싶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줄 작가들도 찾아다니고요. 편집자이자 발행인이니 모두 제 책임인 거죠.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1년에 네 권 정도는 꾸준하게 책을 낼 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