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선 지갑을 꺼낼 일이 별로 없다.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요금은 물론 노점상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도 마찬가지다. 거지조차도 QR코드로 동냥을 한다.

中 QR코드 결제 15.4조弗… 비자·마스터카드 결제액 뛰어넘어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2014년 9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5조4000억달러(약 1경6761조원)로 불어났다. 글로벌 신용카드업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세계에서 올린 결제금액(12조5000억달러)보다 23.2%나 많은 금액이다. 페이팔을 비롯해 애플·구글·삼성 등 세계적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바일 결제의 원조’ 미국도 중국 앞에선 맥을 못 춘다. 미국의 ‘페이 시장’ 규모는 2016년 1120억달러(약 126조원)에 불과했다.

중국 내 지급방식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에서 지난해 63%로 급증했다. 대부분 QR코드 결제다. 중국에서 QR코드 결제가 빠르게 안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은 결제단말 인프라가 부족해 신용카드 보급에 난항을 겪었다. 반면 QR코드 결제는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스마트폰 외에 별다른 장비나 비용이 들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았다. QR코드 스티커를 붙이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위조지폐에 대한 불안감도 QR코드 결제 확산을 거들었다.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업체에 결제시장의 문호를 연 것도 주효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와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각자의 플랫폼과 결합해 서비스를 내놓자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공유 자전거, 배달 서비스, 티켓 구매 등에 QR코드 결제를 도입했다.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40여 개국의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해외 가맹점도 늘렸다. 해외에 나갈 때도 환전이 필요 없어진 셈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핀테크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제가 터지면 사후적으로 규제하면 된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한 것이 빠른 성장의 비결”이라며 “중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망과 10억 명이 넘게 쓰는 메신저를 가진 IT기업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결제 시장을 재편하면서 중국 결제 시장에서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