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6일 오후 3시16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4조7500억원 이상 증발했다. 대주주인 정부와 산업은행, 국민연금이 올 들어 2조7330억원 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인사이트] 脫원전에 한전 주가 20% 급락… 정부 올 평가손 2.7조
한전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00원(1.32%) 오른 3만75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7400원(19.39%) 떨어졌다. 이날 시가총액은 19조7404억원으로, 지난해 말 24조4909억원에서 4조7505억원 줄었다.

한전 대주주로 분류되는 산업은행(지분율 32.90%) 정부(18.20%) 국민연금(6.43%) 등의 보유 지분 가치는 11조3571억원으로, 올 들어 2조7330억원 감소했다. 이 중 산업은행은 올 들어 1조5631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정부는 8646억원, 국민연금은 3053억원의 평가손을 입었다.

올 들어 한전 주식 2277억원, 3123억원어치를 사들인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손실도 컸다. 기관의 한전 주식 평균 매수가격은 3만4150원, 개인은 3만4149원이었다. 이날 종가(3만750원) 기준으로 10%에 달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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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을 낸 게 한전 주가와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8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6871억원에 달했다. 작년 4분기 1294억원, 올 1분기 1276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손실이 불거진 배경에는 전력 생산비용이 가장 저렴한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이 자리잡고 있다. 원전 이용률이 올 상반기 평균 58.8%로, 작년 상반기(75%)보다 크게 하락했다. 원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싼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을 높인 탓에 연료비가 더 들었다는 설명이다.

손실이 이어지면서 한전의 주당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은 0.27배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보지 않는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산 석탄 수입 문제 등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며 목표가를 3만9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췄다.

한전 경영권을 보유한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낙하산’ 논란이 있는 인사를 지지해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열린 한전 임시주총에서 이정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법평가위원을 사내이사이자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 위원은 기업 경영에 참여한 경력이 없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