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치 만행 몰랐다는 그녀… 과연 평범한 시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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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의 삶
브룬힐데 폼젤 지음·토레 D. 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328쪽│1만5000원
브룬힐데 폼젤 지음·토레 D. 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32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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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나치 만행 몰랐다는 그녀… 과연 평범한 시민이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AA.17534047.1.jpg)
![[책마을] 나치 만행 몰랐다는 그녀… 과연 평범한 시민이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AA.17534598.1.jpg)
평범해 보였던 독일 처녀의 삶은 남자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장교 출신 나치당원과의 만남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나치제국의 방송국을 거쳐 괴벨스의 비서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치 권력의 핵심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폼젤은 나치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주변의 유대인들이 어디론가 끌려갈 때에도 체코의 한 마을로 집단이주시키는 줄 알았다고 했다.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집단 학살을 당한 사실도 전쟁이 끝난 뒤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폼젤은 나치 권력의 심장부에서 일했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당시 나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폼젤의 회고를 읽다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우리는 그저 시대에 끌려다녔을 뿐”이라는 그에게는 과연 죄가 없을까. 그의 말대로 1차 대전과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1930년대 베를린의 젊은 여성이 자기 삶에 충실했던 게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나치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주도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만행은 그 당시에 몰랐다는데….
“우리 속에는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고 규정했던 것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유전자가 숨어 있다. 그것의 사회적 표출 현상이 바로 1930년대의 파시즘이다.…자신의 이기주의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일을 등한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쁜 행동에 동참하는 일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