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어닝쇼크까지… 숨죽인 신흥국 증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주식시장이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전쟁, 달러 강세, 터키 리라화 폭락, 텐센트 ‘어닝쇼크’까지 각종 악재가 줄줄이 겹친 영향이다. 관련국 증시가 이미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4개 신흥국 대표 기업 주가로 구성된 MSCI 신흥시장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2%가량 내린 1024.4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한 것이며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다.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면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약세장으로 판단한다.

22개 신흥국의 중대형 기업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FTSE 신흥시장 지수도 1월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졌다. 신흥시장은 올 들어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로 통화 취약국의 자본 유출이 우려돼 왔다.

15일엔 중국 3대 기술기업인 텐센트의 실적 악화 충격까지 시장을 덮쳤다. 텐센트는 FTSE 신흥지수 중 단일 종목으로 덩치가 가장 크다.

텐센트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한 178억7000만위안(약 2조9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0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다. 매출은 30% 늘었지만 2015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날 텐센트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3.6%, 뉴욕증시에서 6.7%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MSCI 신흥시장 지수의 2% 하락은 지난 10일 터키 리라화 폭락 당시 하락 폭보다 큰 수준”이라며 “다른 기술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텐센트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상품시장도 약세장에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이날 장중 2.4% 급락해 지난 6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t당 6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중 통상갈등 여파로 중국의 1~7월 고정자산 투자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위축됐다는 소식에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 알루미늄과 아연이 이날 2~3% 떨어졌으며 금과 은, 팔라듐도 1~4% 일제히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정부 개입으로 다소 진정됐지만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장중 3% 가까이 밀리며 달러당 환율이 30.5페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인도 루피화, 중국 위안화 가치도 줄줄이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5.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홍콩 금융당국도 5억7500만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