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도 QR코드 방식의 간편결제를 준비하면서 결제시장 새판짜기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두 가지 페이의 준비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제로페이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이른바 한은페이(은행권 공동 모바일 직불 서비스)다.

은행들은 제로페이 시스템 구축 논의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썩 마뜩한 표정은 아니다. 서울시가 은행들에 계좌이체 수수료 면제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은행들은 간편결제시장에서 페이업체들로부터 계좌이체 건당 40~400원의 송금 및 이체 수수료 등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소상공인 지원을 명분으로 이 같은 수수료를 받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면 제로페이라는 이름이 성립하기 힘들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이란 명분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산 유지·관리 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은행이 이체 수수료 전액을 영구적으로 떠안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은행권은 한국은행과 함께 직접 결제시장에 뛰어들어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은행들이 연합해 관리하는 모바일 직불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가맹점(판매처)과 소비자가 각각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은행 계좌에서 바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시스템이다. 다른 결제 시스템과 달리 중간 결제 및 대행 단계가 없다 보니 저비용 구조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직불 서비스가 점차 체크카드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용자 저변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가맹점 계약을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면 신용카드처럼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수익원으로 활용하기보다 활동성 계좌를 확보하거나 저(低)원가성 수신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할부금융이나 다양한 혜택 등의 강점이 있고, 주요 은행들이 카드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일부러 비용을 부담하면서 페이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체크카드 시장을 대신해 고객 접점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