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시험을 위해 잠수를 준비중인 프로젝트 나틱 데이터센터
운용 시험을 위해 잠수를 준비중인 프로젝트 나틱 데이터센터
서버용 컴퓨터와 스토리지(저장장치)가 빼곡히 들어선 데이터센터. 이 시설은 4차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통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데이터 보관과 처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새로 지어지는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지를 따져 4차 산업혁명의 확산 속도를 가늠하는 전문가들이 있을 정도다. 유튜브처럼 대용량 동영상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많아진 것 역시 데이터센터가 끊임없이 들어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에도 ‘냉방비 폭탄’

이 시설의 문제는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데 있다. 수천 대의 컴퓨터가 24시간, 365일 꺼지지 않고 돌아가니 당연한 일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는 같은 면적 상업용 빌딩의 100배에 달한다. 일부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소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0년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1조9730억㎾h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한 해 동안 쓰는 전기의 절반에 해당한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해저 데이터센터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해저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인 것은 센터 내 과열된 전자장비의 온도를 낮춰야 해서다. 데이터센터의 적정 온도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19~21도 선. 이런 온도를 유지하려면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체 에너지의 60~70%를 ‘냉방’에 투입해야 한다. 여름철 ‘에어컨 요금폭탄’으로 고민하는 한국의 가정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더 추운 곳을 찾아라

이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가급적 추운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차가운 실외기를 활용해 냉방 비용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에 주요 IT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북극에 인접한 스웨덴 롤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버용 컴퓨터가 빼곡히 들어선 데이터센터
서버용 컴퓨터가 빼곡히 들어선 데이터센터
좀 더 도전적인 선택을 한 곳도 있다. 바다를 고른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데이터센터를 잠수함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에 집어넣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온도가 낮은 심해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냉방비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시작한 2차 테스트는 스코틀랜드 인근 북해에서 이뤄지고 있다. 12m 길이인 잠수함 모양의 미니 데이터센터를 수면 아래 35m 깊이에 넣는다.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작다고 해도 864대의 서버, 27.6PB(페타바이트·1PB=100만GB)의 스토리지가 들어간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존 로치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많이 필요한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다”며 “현재 기술만으로도 주문 후 90일 이내에 고객사가 있는 도시 인근에 잠수함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강원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구글도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핀란드 남동부 항구도시인 하미나에서 폐업한 제지공장을 매입해 데이터센터로 개조해 쓰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노르웨이 레프달 미네 데이터센터 역시 해수로 서버용 컴퓨터 등 주요 전자기기의 온도를 낮춘 사례다.

◆발전소와 데이터센터의 결합

발전소를 겸한 데이터센터도 있다. 전기가 필요하다면 만들어 쓰면 된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은 환경 파괴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운 만큼 대부분 업체가 친환경 발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서버 업체인 페어네트웍스는 미국의 뜨거운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복판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데이터센터 외곽이 발전용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는 게 특징이다. 온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은 풍부한 전기로 냉방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

아일랜드 클로니에 있는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다. 이 지역의 풍부한 바람을 활용, 100% 풍력발전으로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한다. 네이버가 2013년 강원 춘천에 구축한 데이터센터에도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외부 경관 조명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도 데이터센터의 냉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최근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줄 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센서는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내에서 온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더운 곳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서버용 칩을 개발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인텔 측은 설명한다. 데이터센터 내 온도가 1~2도 올라가도 견디는 칩이라면 그만큼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