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터키 금융시장 불안, 국내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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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와대부, 1200억 평가손…ABS시장에도 '경고등'
리라화 1주일 새 23% 급락
채권 사들인 산와대부 '직격탄'
시중은행도 수백억 손실 우려
터키와 가까운 카타르은행 관련
10조원 규모 ABS도 예의 주시
리라화 1주일 새 23% 급락
채권 사들인 산와대부 '직격탄'
시중은행도 수백억 손실 우려
터키와 가까운 카타르은행 관련
10조원 규모 ABS도 예의 주시
▶마켓인사이트 8월17일 오후 4시45분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권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산와대부가 리라화 표시 채권에 투자했다가 1200억원 넘는 평가손실을 봤다. 터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카타르 소재 은행에 맡긴 예금을 바탕으로 하는 수조원대 자산유동화증권(ABS)도 ‘잠재적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산와대부는 지난 14일 기준 약 1230억원의 평가손실을 장부에 인식했다. 지난 5월 16억리라(당시 약 4000억원)어치 채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하지 않은 탓이다. 투자 후 3개월 동안 리라화 가치는 약 33% 추락했다. 해당 채권의 발행 주체가 유럽투자은행(EI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 등 초우량(신용등급 AAA) 국제기구인 만큼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차손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리라화 가치는 이달 들어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와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경제 위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4일 기준 리라화 가치는 1리라당 164원으로 8월7일 대비 23.2% 떨어졌다. 산와대부가 투자에 나선 5월 환율은 평균 234원이었다. 이날은 193원을 기록했다. 2002년 설립된 산와대부는 일본 산와그룹 소유 특수목적회사(SPC)인 유나이티드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중엔 네 곳이 적게나마 손실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터키 위험노출 금액은 3월말 기준으로 KEB하나은행 387억원, 우리은행 334억원, 신한은행 186억원 등이었다. 네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을 합친 3조5528억원의 3.8%에 해당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이익 규모를 볼 때 이 정도 위험노출 금액이라면 국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발행 잔액이 1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카타르은행 관련 ABS는 ‘불씨’로 지목된다. 카타르 금융권이 다른 중동 산유국과 마찬가지로 터키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어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카타르국립은행(QNB)과 도하은행 등 현지 은행 네 곳에 예치한 외화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원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만들어 팔았다. QNB는 터키 자회사 자산이 연결 자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국제평가실장은 “리라화 가치가 다소 반등했지만 미국과 강경 대치를 지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며 “카타르 등을 거쳐 한국에 간접 피해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실을 본 업체의 채무 증권이 부실화해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산와대부의 경우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신용평가사들은 평가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이 1800억원에 달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권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산와대부가 리라화 표시 채권에 투자했다가 1200억원 넘는 평가손실을 봤다. 터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카타르 소재 은행에 맡긴 예금을 바탕으로 하는 수조원대 자산유동화증권(ABS)도 ‘잠재적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산와대부는 지난 14일 기준 약 1230억원의 평가손실을 장부에 인식했다. 지난 5월 16억리라(당시 약 4000억원)어치 채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하지 않은 탓이다. 투자 후 3개월 동안 리라화 가치는 약 33% 추락했다. 해당 채권의 발행 주체가 유럽투자은행(EI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 등 초우량(신용등급 AAA) 국제기구인 만큼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차손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리라화 가치는 이달 들어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와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경제 위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4일 기준 리라화 가치는 1리라당 164원으로 8월7일 대비 23.2% 떨어졌다. 산와대부가 투자에 나선 5월 환율은 평균 234원이었다. 이날은 193원을 기록했다. 2002년 설립된 산와대부는 일본 산와그룹 소유 특수목적회사(SPC)인 유나이티드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중엔 네 곳이 적게나마 손실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터키 위험노출 금액은 3월말 기준으로 KEB하나은행 387억원, 우리은행 334억원, 신한은행 186억원 등이었다. 네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을 합친 3조5528억원의 3.8%에 해당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이익 규모를 볼 때 이 정도 위험노출 금액이라면 국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발행 잔액이 1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카타르은행 관련 ABS는 ‘불씨’로 지목된다. 카타르 금융권이 다른 중동 산유국과 마찬가지로 터키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어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카타르국립은행(QNB)과 도하은행 등 현지 은행 네 곳에 예치한 외화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원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만들어 팔았다. QNB는 터키 자회사 자산이 연결 자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국제평가실장은 “리라화 가치가 다소 반등했지만 미국과 강경 대치를 지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며 “카타르 등을 거쳐 한국에 간접 피해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실을 본 업체의 채무 증권이 부실화해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산와대부의 경우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신용평가사들은 평가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이 1800억원에 달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