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들을 먹여살렸다. 가상화폐 채굴용 GPU 수요가 크게 줄었으나 AI 개발용 GPU 매출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세계 최대 GPU 업체인 미국의 엔비디아는 16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 31억2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와 순이익 11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이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1억달러를 뛰어넘었다.

또 다른 미국 GPU업체 AMD의 2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17억6000만달러(약 1조9800억원), 1억1600만(약 1300억원)달러에 달했다. 분기 기준 순이익으론 최근 7년 내 최대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에 따라 가상화폐 채굴용 GPU 수요가 감소하면서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3%가량 감소했다. 엔비디아의 가상화폐 채굴용 GPU 매출은 지난 1분기 2억8900만달러(약 3250억원)에서 2분기 1800만달러(약 200억원)로 줄었다. 회사 측의 관련 예상 매출인 1억달러(약 1100억원)보다 훨씬 많이 감소한 것이다.

크리스 콜렛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상화폐 채굴용 GPU가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MD 역시 채굴용 GPU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분기 10% 수준에서 2분기 6%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데이터센터용 GPU 매출이 크게 증가해 가상화폐 채굴용 GPU에서 줄어든 매출을 상쇄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82% 증가한 7억6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달했다. AMD도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이 증가하면서 평균 GPU 매출이 늘었다.

데이터센터용 GPU는 AI, 빅데이터, 머신러닝(기계학습) 연구개발에 주로 쓰이고 있다. 이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3~4배가량 비싸 GPU 업체들에 ‘황금알’과 같은 존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